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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Jul 25. 2022

균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정원아. 나 오늘 연하 검사하니?"

"아직 몰라. 담당의가 재활 스케줄을 짤 건데, 언제가 될지 모르지!"

"나 콧줄 빼고 얼른 물을 마시고 싶어....”     


6개월 만에 대학병원에 입원하자마자 엄마가 하신 말씀이다.

하긴.... 쓰러지시고 1년 6개월 동안 물 한 모금도 스스로 못 넘긴 엄마니까...

얼마나 아프기 전처럼 생활을 하고 싶으실까...

여사님이 콧줄로 물과 유동식 식사를 넣어주시지만, 엄마는 전혀 느낄 수가 없다.  

이 긴 싸움을 견디고 있는 엄마가 정말 존경스럽다. 

버티는 힘은 엄마의 하나님을 향한 믿음. 정신력. 늘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희망일 것이다. 




2021년 12월 말, 그 지긋지긋한 VRE균에서 10개월 만에 해방되어 

대학병원에서 본격적인 재활을 받게 되었다.

4주간의 치료였지만, 

인지능력, 근육 발달, 언어능력이 눈에 보일 정도로 좋아지셔서 

이대로만 재활을 한다면, 엄마는 혼자서도 활동을 하실 수 있을 거라 여겼다. 

이래서 대학병원이 좋다~ 대학병원에 가야한다~ 하나보다. 

그런데!!! 

빠듯한 재활의 강행군때문에 힘드셨는지, 엄마에게 또 다시 VRE균이 엄마를 찾아왔다. 

(VRE균은 면역이 약해지면 생긴다)


하아.... 한숨이 쉬어지고, 앞이 막막했다.

그 대학병원 바로 뒤에 이어서 치료를 받으려고 했던 다른 대학병원예약을 취소하고 

엄마는 패전병처럼 이전에 계셨던 요양병원으로 다시 옮겨져 치료를 받게되셨는데....     

이게 기적인가? 신기하게 2주 만에 VRE균이 없어진 것이다. 

3주 연속 균이 나오지 않아야 격리에서 해제가 되는데, 10개월간 떨어지지 않았던 그 VRE가 한달 만에 없어진 것이다. 얏호~~~ 신난다. 가려고 했던 병원에 다시 재예약을 했다.  


그러나 오 마이 갓. 하루에 60만 명이 발생했던 3월의 그날... 

엄마가 코로나에 확진이 되셨다. 

코로나 후유증으로 폐에 가래가 차기 시작하는데, 혼자 뱉어내시지 못하니 간병인이 고통스러운 석션을 수시로 해줘야 했다. 영상통화를 하는 중에도 가래가 찬다면서 석션을 하시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찡그려지는 미간 때문에 엄마는 보지 말라고 전화를 끊으셨다. 

힘든 모습을 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으셨겠지.... 

그런 엄마의 기력 회복을 위해 난 영양주사와 단백질과 비타민 등 엄마 몸의 컨디션을 좋게 만드는 방법에 최선을 다했고 그 정성에 감동했는지... 

5월, 엄마는 재활을 할 수 있는 컨디션으로 돌아오셨다.  

드디어 예약했던 대학병원으로 가실 수 있게 됐나 했는데....


이게 웬일이니.... 입원 하루 전날, 듣도 보도 못한 CRE균에 전염이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달, 이 요양병원에 유난히 CRE환자가 많이 입원을 했다고 한다. 

아마도 재활치료를 받으러 복도에 오가다가 중간에 옮으셨는지 모르겠다. 

(난 병원이 정말 무섭다. 스치기만 해도 약한 사람은 병에 옮으니까...)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신장암 때문인지 신장에서 출혈이 발생했다. 눈앞이 깜깜했다.  

콜라색이 된 소변을 며칠 째 보고 있으면서, 엄마의 안색도 동시에 하얘졌다.

아....  하나님이 엄마를 천국에 데려가시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때가 교회의 다니엘 새벽기도회 기간이였기에 

난 집중적으로 엄마를 위해 기도를 시작했고. 의사와 상의해서 약 처방에 조절을 했다. 

난 이 기적 같은 상황이 다니엘 기도회 응답이라고 믿는다. 

신기하게 피를 보던 소변도 멈추고, 엄마에게 생기가 다시 살아나더니 몸의 회복속도가 빨라지셨다. 

CRE발견 5주! 기적처럼 CRE가 해제 됐다는 소식을 의사를 통해 전달받았는데, 얼마나 기쁘던지...


한 달간. 충분한 요양을 한 뒤, 

지난주 엄마는 학수고대하던 대학병원 재활의학과에 입원하는 데 성공했다. 

입원을 위해서는 CRE VRE 음성 확인서가 필요한데, 검사 뒤에 또 발견이 될까 봐 얼마나 걱정이 되던지... 

요즘 하루 7만 명 이상 발생하는 코로나 때문에 PCR 검사에서 양성이 뜰까 봐 얼마나 마음을 졸였던지.

그러나 

모든 균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모두 음성이 나왔고!! 예약했던 그 병원에 입원하게 된 것이다. 


 




"애간장이 녹는다"는 말을 아무 생각없이 썼었다. 

하지만 이젠 그 뜻이 뭔지 알 것 같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바뀌는 엄마의 컨디션과 

생사를 왔다 갔다 하는 진단들이 쏟아지면. 내가 종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감사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의할 형제자매가 없다는 것으로 날 불쌍히 여겼는데, 

지금은 생각을 바꿨다.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군가와 의논해서 이뤄지는 일보다는 

혼자서 깊이 생각하고, 판단해야 하는 일들이 더 많다는 것을... 

그게 기도이며, 흔들리지 않는 내공이라는 것을...

내 상황이 답답하고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반대로 이런 상황들을 통해서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원아. 나는 나를 위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올라가는 예수님을 생각한다. 얼마나 무거우셨을까? 얼마나 힘들고 아프셨을까? 내가 뭐길래... 예수님은 날 구원해주시기 위해서 그 십자가를 지셨을까...”     


토요일에 보건소에 가서 PCR 검사를 받고, 음성문자를 받은 뒤 일요일 오후에 엄마의 병실에 찾아갔다. 

유튜브로 실시간 주일 예배를 드리고 있는 엄마가 나를 보고 갑자기 하신 고백이었다.      


“딸, 믿음으로 살아야 한다. 나를 위해 십자가에 죽으신 예수님을 절대 잊어서는 안 돼. 명심해...”

“엄마 믿음 따라가려고 요즘 열심히 새벽예배, 구역예배, 철야예배, 신우회, 성경공부... 엄청 열심히 다니고 있잖아. 그리고 요즘 배운건데, 엄마는 천국에서 상급이 엄청 크실거야. 지금같은 상황에서도 전도를 하시니까...”

“고맙다 내 딸... 내 보배... 내 하나뿐인 딸... 널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병상에서 나를 위해, 나의 가족을 위해, 나의 안전을 위해 늘 기도하시는 엄마. 

그 엄마가 이렇게 살아계시니 함께 웃을 수도 있고, 속마음을 얘기할 수도 있는 것이 감사하다.  

비록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손을 잡고 얼굴을 비비며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둘이 대화를 했지만... 

우리에게 있을 앞으로의 많은 날들을 기대하며 감사하며, 찬양했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하루에도 열두 번 호들갑을 떨었는데. 

지금은 신기할 정도로 담담하다. 

엄마의 병상일기를 쓰면서 느끼는 거지만

세상의 일들은 내 뜻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그날그날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오늘 해야 할 일을 성실하게 마치는 것이 

걱정에 앞서서 지금 내가 사는 인생이라는 것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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