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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Jul 31. 2022

엄마가 드디어 입으로 식사하시게 됐답니다!  

엄마가 대학병원에 입원한 지 벌써 1주일이 지났습니다.

그동안에 참 많은 일이 있었는데요.

모두 기적 같은 일들입니다.

그 기적은 바로!!!

"엄마의 몸에 있던 모든 줄들이 사라졌다는 겁니다!"

(작년 8월만해도 콧줄+소변줄+산소마스크줄+정맥관 항생제줄+수액줄+심박체크라인 등 온갖 선들이 엄마를 두르고 있었습니다)

     

먼저는 콧줄이 사라졌습니다.

연하 검사를 했는데, 히히히... 엄마가 2단계까지 통과를 하셨다고(3단계 물은 불통) 하네요.

담당의가 콧줄을 빼보자고 했는데,

웬일이니 웬일이니.... 5일째 입으로 걸쭉한 죽을 식사로 드시고 있습니다.

식사 시간은 거의 1시간 30분 정도 걸리지만,

엄마가 잘 넘기고 계시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리고

소변줄을 뺐습니다. 히히히...

소변줄은 콧줄만큼이나 불편하고 고통스럽습니다.

그런 소변줄을 빼고, 기저귀에 소변을 규칙적으로 누는 것을 훈련하고 계십니다.

기저귀에 소변 신호가 와서 누게 되면,

바로 방광에 호스를 꽂아서 잔뇨가 남았는지 확인해 봅답니다.

그런데.... 정상인처럼 완벽하게 소변을 누고 계신다는 결과를 들었어요.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모릅니다.      


거기에

욕창 소식도 있습니다.

크기가 드디어 50원 동전만 하게 줄어들었습니다.

욕창은 정말로 지독한 병이 아닐 수 없어요.

컨디션이 조금만 나빠도, 한 달을 고생해서 살이 차올랐던 곳이 바로 쫘악 진물이 나서 퍼져버리니까요.  

그동안 소독을 매일매일 열심히 했던 것이, 계속 살이 점점 차올라서

지금은 포비돈(일명 빨간약)으로 소독하고, 살이 차오르는 연고를 바르고 있습니다.

이대로만 계속 치료를 한다면... 곧 없어질 것 같다고 교수님이 그러시네요.


정말 믿음을 가지고 기도는 했지만...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곤 생각을 못했습니다.  

엄마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정원아. 우리 집 김치냉장고에 내가 담근 동치미가 있어. 그것 좀 가져와라, 먹고 싶구나.”

“엄마. 그건 이미 내가 다 먹었지~ 대신 반찬가게에서 동치미를 사 올게.”


아무것도 드실 수 없었던 엄마에게

처음으로 동치미 국물과 무, 파, 고추, 미나리 등의 건더기를 한꺼번에 갈아서 걸쭉하게 만들어 가져 갔습니다. 간병인 여사님 말로는, 첫 끼는 청양고추맛이 나서 매워 먹기 힘들었지만.

그 다음 끼니부터는 너무 잘 드신다고 합니다.

 

아직 엄마는 물을 드시지 못하기 때문에,

동치미 국물에 연하제를 뿌려서

미음처럼 걸쭉하게 만들어 넘기셔야 하는데....

엄마가 폐에 넘어가는 실수를 하지 않고, 천천히 잘 넘길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크렌베리 주스가 방광에  좋은 주스인데, 어떻게 미리 알고 드시고 계셨어요? 콧줄과 소변줄을 동시에 빼고 이렇게 경과가 좋은, 아흔이 다 된 환자는 오래간만입니다! 어머니 정말  견디셨어요."     


재활의학과 교수님이 회진을 돌면서 엄마에게 칭찬해주셨다고 합니다.

두 달 전부터, 크렌베리 주스를 비타민 섭취용으로 드시게 했는데.

이 주스가 방광염환자나 소변줄을 빼는 환자에게 병원에서 권장하는 주스라는 건 몰랐었습니다.

하나님이 미리 준비하게 하신것 같아서, 엄마의 호전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얼마나 기쁜진 모릅니다

     



휠체어에 앉은 엄마와 함께 병원의 카페테라스에 앉아서 면회를 하고 있답니다.

콧줄도 소변줄도 없는 엄마의 모습

코로나 환자들이 너무 많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상주하는 가족(또는 간병인) 한 명을 제외하고는 병실에 올라가지 못합니다. 그러니 병원 마당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슬픈 현실...


엄마가 입원하시고 다음날 코로나 음성 확인증을 가지고 병실에 올라갔지만, 어찌나 간호사들이 잔소리를 하던지.

그래도 매일 자가진단키트를 하고 엄마를 병원 1층에서 만나는 것 만으로도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엄마의 흰 머릿결이 바람에 흩날리는 것이 참 아름다워 보입니다.  

그동안 감옥같이 요양병원의 격리실에서 나오지 못했고, 지난 1월에는 대학병원에 입원은 했으나, 추워서 야외를 나올 수가 없었는데.

아무리 지금 날씨가 덥다고 한들 뜨거운 바람이라도, 뜨거운 햇살이라도 직접 이렇게 피부로 느끼시는 것이 행복하다고 하십니다. 엄마가 여사님과 함께 휠체어를 타고 병원 이곳 저곳을 산책하시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얼마나 감격이던지,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목사님들께서 전화로 또 병원 심방으로 함께 기도해주셨고.

교회 가족들의 중보기도가

엄마를 삶의 희망으로 붙잡을 수 있도록 해 준 원동력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또 기적을 바랍니다.

엄마, 일어나 걷자!!

혼자서 화장실을 가실 수도 있고,

엄마의 소원인 교회에 다시 나와 예배드를 드릴 수 있는 그 기적을

우리 함께 기도하자고 말입니다.  


기적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지금의 이 상황.

또 나와 엄마의 바람대로 좋은 일들이

계속해서 더 많이 일어나도록,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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