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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Sep 13. 2022

184 내가 약해졌을때 했던 행동들

재앙이 뉘게 있느뇨 근심이 뉘게 있느뇨 분쟁이 뉘게 있느뇨 원망이 뉘게 있느뇨 까닭 없는 상처가 뉘게 있느뇨 붉은 눈이 뉘게 있느뇨 술에 잠긴 자에게 혼합한 술을 구하러 다니는 자에게 있느니라 포도주는... 마침내 뱀 같이 물 것이요 독사 같이 쓸 것이며(잠언 23:29-32)


한국 기독교에는 금주와 금연의 전통이 있다. 초기 한국교회에서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술과 담배를 끊는 것이라고 여길 정도였다. 특히 선교사들은 음주를 한국 사회의 악습으로 보고 금주운동을 전국적으로 전개했는데 그중 하나가 금주가를 지어서 부르게 한 것이다. 1903년 발행된 <신학월보>에 실린 금주가의 일부다.


"술은 어린 영혼을 죽게 하니 먹는 자 결단날 줄 아나니 만지지 마라. 만지지 마라. 잔을 만지지 마라. 그 속에 있는 줄 몰라 죽음 주는 잔을 삼가고 소경같이 구렁에 빠진다 맛보지도 말아라." 


이 가사를 보면 당시 기독교인들이 얼마나 철저하게 술을 경계하고자 했는지를 알 수 있다.

오늘 본문은 술의 해악을 잘 표현하고 있다. 술은 재앙과 근심을 불러오고 분쟁과 원망이 되며 몸의 건강까지 해친다. 술은 처음에는 기쁨을 주는 듯하지만 결국 독사와 같아서 우리를 죽음과 파멸의 길로 이끈다. 그러므로 아무리 삶이 고단하고 마음이 힘들어도 술을 통해 위로받으려 해서는 안된다. 힘들 때일수록 술자리가 아닌 기도의 자리로 나아가고 술잔이 아닌 성경을 손에 들어야 할 것이다. 술을 멀리하고 건강한 육신과 영혼을 가지고 하나님을 섬길 때 우리 삶에 기쁨과 감사가 넘치게 된다. 


<감사QT365> 중에서



회사생활할 때는 회식자리가 많아서 술을 많이 마셨다. 

새까맣게 어린 막내가 술을 따라줬는데 교회 다닌다고 안 마시면, 

분위기 깽판 놓는다고 연신 욕을 먹을 때였다. 

자기도 집사고 누구누구도 장로지만 술은 먹는다더라. 그러니 너도 먹어라! 하며 먹이셨다. 

(지금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이겠으나 그때는 그랬지ㅋ)

그래서 윗분들과 선배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예의상 받아 마셨는데, 그때 내가 술을 잘마시고, 쎄다는 걸 알았다. 


생각해보면 남편을 처음 만난 자리도 술자리였다. 노량진에 있는 "정동진"이라는 주막...^^  

메인 선배가 녹화 끝나고 그냥 집에 갈 수 없다며, 

옆 팀 PD가 절친(남편)과 약속이 있다고 안된다고 하는데도, 굳이 합석하며 놀자고 했다. 

술을 마시지 않는 남편과 마주 앉게 되었고, 그게 첫 만남이었다. 

이후 압구정. 청담. 홍대 등에서 회식이 끝나고 새벽이 되면, 

으레 남편이 클럽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집까지 데려다줬다. 

그 충성심과 성실함 때문에 다른 남자들을 만날 기회도 없이... 일찍 결혼을 하게 됐다.

 

출산 후, 공중파를 그만두고 기독교방송에서 일을 하니 당연히 술자리는 없었고, 

15년 넘게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다. 

그런데....!! 


드라마 계약을 하고, 일산 작업실에서 혼자 스토리를 쓰고 있는데,

이야기가 안 풀려서 괴로운 상황에서 갑자기 맥주 한 캔을 마시면 생각이 날 것 같은 느낌 아닌 느낌?

일산 호수공원 벤치에 혼자 앉아서 편의점에서 사 온 맥주 한 캔을 마시는데, 

어머머 쭉쭉 들어갔다. 

한 캔이 두 캔이 되고.... 하루가 이틀이 되고..

알딸딸하니 기분은 아주 좋은데, 정작 스토리가 생각이 나는 게 아니라.... 그냥 졸렸다. (주사는 잠을 잔다)

한 일주일을 그렇게 하고 나니까 

밤새 대본 작업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잠을 자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연출됐고, 

결국 마감 날짜를 제대로 못 맞춰서 쪽을 파는, 일도 계속 꼬이고 꼬이게 됐다. 

그때 알았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때... 내가 한없이 나약해질 때.... 나는 이런 행동을 하는구나를... 

그리고 너무 창피해서 심신미약의 사건을 나만의 비밀로 묻어뒀었다. 


몇 달 전에 아르가만 선배랑 얘기를 하다가

어느 믿음이 좋은 후배 작가가 너무 괴로우니까, 옛 버릇이 나와서 술을 혼자 마시며 취하게 됐다면서 

그녀를 위해 상담해주고 기도해줬다는 얘기를 하셨다. 

그 말에 나도 과거에 그런 적이 있다고, 그 당시의 일을 부끄럽게 꺼냈다. 

선배는 웃으면서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인간이 다 그렇다면서, 

늘 주안에서 깨어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일침을 놓으셨다.


은혜받을 때는 예수님이 덮어주셔서 나의 나약함이 예수님의 강인함으로 드러나지만.

내가 하려고 하면, 인간의 죗성때문에 본성이 드러나니

우리는 힘들 때일수록 기도의 자리로 나아가야 하고 성경을 읽어야 한다고 얘기해주셨다. 


맞다. 나는 강하지 않다. 

늘 유혹에 넘어간다. 

김수영의 시 <풀>에 보면 풀이 바람보다 빨리 눕는다고...(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유혹앞에서 진짜 풀만큼 빨리 엎어지는 것 같다. 

술뿐만 아니라 주변에 도사리는 많은 유혹들을 내 힘으로는 도저히 물리칠 수가 없다. 

나는 약하니까.

언제 또 어려움이 닥치면, 내 악한 본성이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그래서...

늘 예수님만 의지하고 그 앞에 깨어 기도하고, 말씀을 묵상하고 예배의 자리로 나가야 한다. 

주님만을 의지할 때,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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