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 비워내기와 채우기

by 슈팅달
예수의 소문이 더욱 퍼지매 수많은 무리가 말씀도 듣고 자기 병도 고침을 받고자 하여 모여 오되 예수는 물러가서 한적한 곳에서 기도하시니라(누가복음 5:15-16)


조선 후기 실학자였던 성호 이익이 한 후배에게 써준 글이 있다.


"두곡은 용량이 정해져 있는데 먼저 먼지와 흙으로 채운다면 아름다운 곡식을 담을 수 없다"

안산시에서 발행한 성호 이익 편전 중에서

'두곡'이란 곡식을 계량하는 그릇이다. 이익은 이 글을 학문하는 자세에 빗대어 쓴 것이다.

그는 젊은 시절 학문을 한답시고 여러 잡설과 소설 따위를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나이가 들어 비로소 현인들의 글을 접하게 되었지만 읽은 내용을 잊기 일쑤였다. 그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이전에 읽었던 잡다한 지식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어서 이후에 읽은 현인들의 글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사람의 마음의 그릇에 불필요한 것들을 채워놓고 비우지 않는다면 정작 필요한 것을 담을 수 없다는 교훈이다.


오늘 본문은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뒤로한 채 기도하러 가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준다. 예수님에게 기도는 세상의 잡다한 것들을 비워내는 시간이다. 기도는 하나님의 뜻과 은혜로 충만하게 채우는 시간이다. 오늘도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자. 세상의 것들을 비우고 하나님의 마음과 생각으로 채우라. 그럴 때 하나님의 지혜와 평강이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지켜줄 것이다.


<감사 QT365>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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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하나님의 은혜를 받으면서 신앙생활을 하고 싶은데, 왜 자꾸 섬김의 자리로 서게 되는 걸까?


2022년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싶어서, 또 알고 싶어서 매일 교회에 다녔다.

통계를 내봤더니만(맨날 숫자로 세는 걸 좋아하니..)

총 446번을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렸더군.

서울에 홍수가 나서, 코로나에 걸려서, 그리고 명절과 몇 번의 늦잠...

그 외엔 정말 매일 교회에 나갔고... 하나님의 은혜 속에 한 해를 살았던 것 같다.

정말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하나님을 사랑하는 열정을 하나님도 아시겠지만, 주변의 사람들도 봤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큰 행사들에 핵심역할을 맡게 됐고, 그 결과 크고 작은 여러 모임의 리더가 되었다.

마리아처럼 예배만 드리는 것이 기뻤던 때가 있었는데.

하나둘씩 마르다처럼 일을 해야 하니... 교회에 가는 것에 대한 중압감이 들었다.

심지어 하루가 너무 바빠서 2023년 1월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말이다.


점점 '하나님의 일'을 맡고 있는 내가 문제 있는 것 같아서

거절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목사님께 상담 문자를 보냈다.

힝... 목사님의 답은


"해야지요."

"거절하는 방법은 없어요."

"감당할 힘주시라고 기도 많이 해줄게요."


그 순간... 상담의 대상이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내가 원했던 대답은 이게 아닌데...

목사님한테 물어봤으니, 당연히 해야 한다~ 맡아서 열심히 해라. 뻔한 답이 돌아온 거지.


"하나님! 엄마도, 딸도, 작가 일도 기타 등등.... 아시잖아요? 많은 문제들이 날 짓누르고 있어서 지금도 벅찬데... 제가 누굴 섬기고, 누굴 챙기고 누구를 위해 기도합니까? 아니... 나한테 진짜 왜 이러세요!! 전 제 문제로 꽉 차 있다고요.

남편이 밥 먹다가 그러더군요. 제가 맨날 웃으면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하니까 사람들이 궂은일을 저에게 미루는 거라고요. 거절 못할 걸 아니까요. 하나님도 제가 만만하니까 일을 시키시는 거죠?"


기도를 해도 한숨만 나왔다.

그런데,

오늘 새벽예배 때 담임목사님의 말씀에 큰 회개를 하게 됐다.

내가 되게 자만해졌고ㅡ 교만해졌고ㅡ 인간적인 욕심이 많아져서 이러고 있다는 것을....

내 안에 내가 너무 많은 거다.

내 안에 내 욕심들을 비우지 않으니... 새로운 일들이 들어와도 자꾸 밀어내는 것이다.

가득 찼으니, 비집고 들어올 자리가 없는 것이지.


사울이 왕이 되기 전엔 수줍고 겸손했으나, 나중엔 하나님의 말씀을 어기고 스스로 제사를 하는 모습에 하나님이 분노하셔서 그를 버렸다는 예문을 통해!~ 하나님의 주관적인 선택으로 사울을 통해 일하려 하셨지만. 그의 교만함에 하나님은 버리셨다. 결국 하나님의 일을 하지 못하고 자신의 욕망에 사로잡힌 사울은 괴물로 변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것이다.


어쩌면 하나님의 주관적인 선택으로 나에게 기회를 주셨고...

나를 비우고, 하나님의 일로 채우시려고 하는데

나는 그 한계를 넘지 못하는 죄인일 수밖에 없구나.

이래서 내가 속좁고 작은 사람일 수밖에 없구나를... 깨달았다.


하나님의 리더는... 내 안에 성령님이 가득해서, 하나님의 사랑을 섬기고 베푸는 자라야 한다.

그 훈련을 위해 하나님이 지금 나에게 기회를 주시는 시간인 것 같다.

생각을 바꾸고. 기회를 값지게 생각하고. 지혜와 평강으로 나를 발전시켜

사악한 종은 죄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래...

목사님의 말씀이 맞다. 순간 화냈던 나 자신을 반성한다.

잘 갈고 닦여 큰 그릇으로 쓰임 받는 2023년의 내가 되자. 오늘도 감사하게 그 일들을 실행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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