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팅달 Oct 15. 2023

치아가 썩었지만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이 참 슬프다.

"내가 천국 가도 울지 말고, 잘 살아."


응급차로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장애인치과를 가는 도중에 엄마가 뜬금없이 천국얘기를 하셨다. 

천국에 있는 아빠에게 가고 싶다. 

너를 고생시켜서 미안하다.

교회 열심히 다니고, 새벽예배와 십일조는 꼭 하길 원한다.

꽃교아빠랑 꽃교랑 행복하게 살아라. 

등등의 

죽으러 가는 사람처럼 유언 비슷한 얘기를 계속 쏟아내셨다. 


"엄마. 갑자기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데? 그만해."


엄마의 말들을 들으며 응급차에서 눈물 콧물 다 쏟았다. 

너무 슬퍼... 엄마가 그런 말씀을 하시면...

익숙할 때도 되었는데... 엄마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나를 보면 난 아직도 철이 덜 든 것 같다. 

 



임플란트를 하겠다는 욕심이 문제였다.

엄마가 쓰러지시기 2주 전, 

엄마는 오른쪽 어금니 임플란트를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때 어금니를 두 개나 뺀 것이 도화선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다. 


어른들 말씀에 

나이 들어서 치아를 빼면 중풍에 걸린다는 말이 있단다.  

하아.... 

그 말이 맞는 거 같다. 

괜히 내가 엄마를 치과를 모시고 가서... 이 사달이 난 걸까? 


"치료사들이 그런다. 이빨 빠진 고양이 할머니라고..."


씨익~

엄마가 웃으면 윗니 앞 4개가 없어서 너무 귀여우시다.

하지만 엄마는 본인의 모습이 추하다며 잘 웃지 않으신다. 

그 웃음 많던 엄마가, 치아 때문에 미소만 지으시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사실 엄마가 쓰러지고 중환자실에 계실 때, 내가 엄마옆에서 간호를 했었다. 

양치를 해준다고 했다가 일주일도 안되어 앞니 하나를 부러뜨려 먹었고, 

그 뒤에 1년 반동안 콧줄로 연명을 하실 때 

간병인 여사님이 양치를 해주다가 나머지 3개의 앞니도 부러뜨려버렸다. 


다행히 기적적으로 콧줄을 빼게 된 엄마는 입으로 식사를 하시게 되었는데... 문제가 생겼다. 

엄마는 왼쪽 편마비! 

오른쪽만 씹어 드실 수 있지만. 오른쪽 아래 어금니 두 개가 없기 때문에 식사를 제대로 하실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어렵게 어렵게 왼쪽으로!!  

음식물이 흘러나오지만 그래도 씹어 드셨더니, 그것이 운동이 되었는지 제법 조금씩 씹기 시작하셨다. 


그러나 

앞니가 썩어 부러졌으니 그곳이 삐뚤빼뚤...  

무의식적으로 혀가 그쪽으로 가고, 찢어져서 피가 자주 나셨다.

 

"요 앞에 치과 있다던데, 나 거기 좀 데려다줘!"

"엄마~ 엄마는 치과 의자에 앉을 수가 없잖아."


이런 게 현타다.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 

엄마는 몸이 불편하고, 

또 마취를 해야 썩은 곳도 치료를 할 수 있으나 

엄마는 마취주사 자체를 놓으면 매우 위험해서. 일반 병원에서는 절대 치료를 해주지 않는다는 현타.... 


괜히 마취를 했다가 못 깨어나면, 의사는 살인죄로 또는 과잉치료로 감옥에 걸 거다. 

그러니 어떤 의사가 치료를 해주겠는가...

치과의사인 사촌오빠도 절대 해주지 않겠다고 할 정도인데, 

엄마는 계속 졸랐다. 치과를 가고 싶다고.... 

 



결국 서울시와 서울대병원에서 하는 장애인 치과를 알게 되어 예약을 하고 가게 되었다.

일반 치과처럼 접수하고, 단층 촬영을 한 뒤에 의사와 면담을 했다.


"어머님은 중증 장애인이시고, 드시는 약이 너무 많아요. 괜히 마취해서 치료했다가 큰 일 나는 수가 있어요."

"뇌병변장애인도 장애인이잖아요. 장애인 치과니까 치료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그런 병원이 아닙니다. 대학병원에 가세요."

"썩은 니 치료하자고 대학병원에 며칠을 입원해야 하는 게... 돈도 많이 들고 매우 복잡해집니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장애인치과이긴 하지만 

엄마 같은 중증장애인이 아니라 정말 여러 장애를 가진 환자들이 오는 그런 곳이었다. 

접수대에 보니 다운증후군 환자, 소아마비 환자, 시각장애 환자 등등이 앉아계셨다. 

엄마 같이 응급차로 침대 채로 들어와 휠체어게 겨우 앉는 환자는 없었다.    


"뇌졸중 환자는 그럼.... 여긴 안된다는 거예요?"

"대학병원 가시라니까요."


아.... 답답.

힘들게 예약 잡고, 멀리서 왔으니 치아를 다듬어 달라고 사정을 했다. 

결국, 엄마는 마취하지 못한 채로 앞니의 삐뚤빼뚤한 곳만 살짝 다듬는 정도? 

얼마나 아프셨을까... 으....

그러나 그것도 매우 위험했다.

침을 제대로 삼킬 수 없는데, 

잘못해서 물이 목으로 넘어가기라도 하면 사래가 들려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엄마는 내 손을 꼭 잡으셨다. 

그리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으셨다. 


"왜 마취를 안 해준다니? 나 천국 가고 싶었는데..."

"응?"

"마취하면, 잠자듯이 천국에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


그 말에... 또다시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 

치과를 그렇게 오자고 하셨던 이유가....

마취.... 였던 것이다.  


그래서...

치과 가는 그 차 안에서 유언 같은 얘기를 계속하셨던 것이다.

본인은 요양병원이 아니라 천국에 가실 거라는 계획을 속으로 하셨던 것이다. 


아.... 진짜.... 엄마....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괴로우셨으면 이런 생각을 하셨을까 싶어서... 

그런 엄마를 외롭게 병원에 두고, 

나 혼자 평소대로 살고 있는 나 자신이 참 못됐다고 생각됐다. 


"생명은 하나님이 주관하셔. 엄마가 아직 이 땅에서 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야."

"미안하다. 걱정하게 해서. 치과를 알아보느라 고생시켜서 미안해. 고마워. 내 딸..."


아... 진짜... 엄마....


입으로 식사하시는 것이 너무 감사했는데.

양치질이 완벽하지 못하니 치아가 계속 썩고... 찬 것과 따뜻한 것을 제대로 드시지 못하니... 

이 또한 지켜보기 참 어렵고 힘든 일이다. 







이전 22화 상속받은 땅을 농지은행에 팔았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