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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May 05. 2023

상속받은 땅을 농지은행에 팔았습니다

"농지은행이라는 곳이 있어요? 나라에서 사준다고요?"

"모르지. 사줄지... 한번 전화해서 물어봐요. 기대는 크게 하지 말고!"


엄마의 간병비와 병원비를 위해서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작년 겨울. 아빠에게 물려받은 땅을 팔아서 엄마 치료비에 보태기 위해 논이 있는 서산으로 내려갔다.

당연히 코로나 이후에 매매가 거의 없으며,

특히나 법이 바뀌어서 귀농을 하지 않는 이상 절대농지는 팔릴 수가 없다는 것이... 현지인의 입장이었다.


낙담하여 서울로 올라오려고 하는데

이모가 굉장히 허름한 부동산을 가리키며... 저기에 가서 얘기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셔서

순종하는 마음으로 그 부동산 안으로 들어갔다.

나이 든 부동산 사장님께서 혼자 바둑을 두고 계셨다.

 

퉁명스럽게 중국집 홍보전단지에 "농지은행"이라는 곳의 전화번호를 쓱쓱 적어서 던져주셨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으면 전화를 해보라고. 그러나 기대는 하지 말라고...



"매입이 가능하다고요? 정말 감사합니다!!"


기대하지 않고 전화를 했는데, 담당자가 조회를 해보더니 사주겠다고 바로 얘기를 했다.

왜 사주냐고 물으니~ 요즘 쌀소비가 많이 줄었기 땜에 개인의 논을 나라에서 사들여 다른 작물을 재배함으로써 쌀생산을 줄이기 위함이라고 했다.

본인들이 감정평가사를 고용해서 땅의 가격을 책정할 예정이며,

계약을 한 당일날 저녁에 바로 잔금이 꽂힐 거라는 말을 해줬다.


할렐루야~

통화를 끝내고, 절로 기도가 나왔다.

병원비도 문제지만 거액의 간병비를 해결하려니 하늘이 노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작은 논을 판다고 해도,

간병비를 지불하며 얼마나 엄마의 병원비를 더 버틸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당장은 그 돈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나라에서 사준다고 하니 얼마나 감사하던지...


부모님이 10년이 넘도록 팔려고 부동산에 내놨어도 안 팔렸던 땅을... 지금 이 시점에 나라에서 사준다는 거다...^^

역시... 엄마가 믿는 하나님은 엄마를 너무 사랑하신다.

말년을 위해 이 땅이 이렇게 가치가 있을 거라고 어찌 생각을 했겠는가...

그 많고 많은 부동산중에... 그 허름한 부동산에 들어갔고,  그 무뚝뚝한 사장님이 알려주시지 않았다면 "농지은행"이 있는 줄도 몰랐을 것이다


서산에 있는 한국농어촌공사 서산태안지사


그렇게 기분이 아주 좋았는데...

아 놔...

신청서를 내면 바로 사주겠다고 했더랬는데...  석 달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계약하자는 말이 없었다.

애가 탔다.


"사모님 죄송합니다. 예산을 다 올렸어유. 그란디 아즉도 찔끔찔끔 내려오니, 사모님 순번이 70번이유."


언제 계약이 될지 모르겠다는 그 말에... 좋다 말았다.

나라에서 피같은 세금을 어디다 뿌리고 있는지는 전 국민이 다 안다. 각 부처의 예산을 다 깍아서 대통령의 그 ..... 아니다. 말을 말아야겠다 에효.

어쨌든

계속 교회에 가서 엄마를 위한 기도를 하며,

병원비 마련을 위해 속히 팔리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했는데 드디어...

이히히.

4월 말에 연락이 왔다.


필요한 서류를 들고 혼자 서산에 내려가려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법무사 외삼촌을 모시고 함께 내려갔는데... 큰일 날뻔한 사건이 터졌다.

담당자가 순식간에 계약서에 나의 인감도장까지 다 찍고, 서류에 사인하라고 해서 다 했는데...

일어서려는 그 순간~! 가격이 달랐다.


응?


"에이... 우리가 틀릴 리가 있나유?"

"무슨 말씀이세요. 저한테 처음 말씀하셨던 가격이 아닌데요?"


이때 법무사 외삼촌이 찌릿! 담당자를 쳐다봤다.

분명히 내가 사진을 찍어서 보여준 가격을 확인하고 왔는데, 왜 말이 달라지냐고.

묵직하게 하신 말씀 한마디에 바로... 담당자는 본인의 잘못을 인정!~

감정평가사에게 전화해서 다시 가격을 책정하라면서 소리를 쳤다.


이것들이....


단순한 실수라고 하셨지만,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외삼촌을 모시고 간 것이 "신의 한 수"였던 것.


다다음달까지 세무사를 만나서 양도세를 계산해서 세금을 내면.

아버지에게 상속받은 땅문제는 모두 해결이 된다.



"엄마는 아무 걱정하지 마. 내가 있잖아~ 엄마는 지금처럼 건강만 하셔~ 알았지?"


요양병원에 계신 엄마에게 아버지 땅을 팔았음을 말씀드렸고,

대면면회를 통해 엄마에게 모든 일이 다 잘되었다고 말했더니,

엄마는 울컥하시며 나를 안아주셨다.


"나도 너밖에 없어. 미안라고 고맙다 내 딸~"


그렇게 팔려고 해도 팔리지 않던 땅이.. 엄마를 위해서 시기적절한 이 때에 팔리게 되고.

남들보다 높은 가격으로

농지은행에서ㅡ 실수 없게 팔리게 되는 과정을 쭈욱 생각해 보니...


엄마가 믿는 하나님,

그리고 내가 믿는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에게 좋은 것을 주시는 분임을...

과감하게 고백해본다^^










이전 21화 앞으로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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