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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Mar 18. 2023

엄마가 집에 오셨어요! 아주 잠깐이지만.

2년 만에 엄마가 집에 오셨다. 

쓰러진 뒤로 다시는 집에 못 오실 줄 알았지만... 

꿈은 이뤄진다고 하지 않았나? 엄마는 그 꿈을 이루셨다. 

딱 2시간의 외출이었지만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 


지난주 두 번째 코로나에 걸려서 매우 걱정을 했다.

하지만 정신력으로 엄마는 거뜬히 이겨내셨다. 그리고 오히려 잘됐다. 

45일간 코로나 검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요양병원에서 자유롭게 외출이 가능하다는!!!



* 이동수단: 서울시 장애인 콜택시

한 번도 이용해 보지 않았던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이미 스마트폰 앱을 통해 콜택시 이용을 가능하게 등록을 해놨기 때문에 

앱으로 출발지와 도착지만 입력해서 넣으면, 실시간으로 몇 분 뒤에 도착할지를 알려주었다. 

 


 



장애인 콜택시는 처음이라 엄청 긴장을 했는데 

기사님도 너무 친절하고. 차도 굉장히 깨끗하고. 

게다가 운임요금이 너무 쌌다. 

사설 응급차로 집에 오면 최소 7-8만 원은 내야 하지만 

이제 엄마가 휠체어를 타실 수 있으니,  2900원이면 해결이 되었다. 

이런 좋은 방법들이 있다니... 살기좋은 나라 대한민국!

 

"살살... 살살... 운전하시라고 해. 아프다."


나는 쿠션이 있는 앞자리에 앉아 있지만.

엄마는 욕창방석에만 앉아계시기 때문에... 

도로가 거칠고 울퉁불퉁하면 그 충격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아프셨던 모양이다. 


"엄마~~ 밖을 좀 봐봐. 개나리 피기 시작한다!"

"이쁘구나"


엄마가 택시의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셨다. 


"엄마. 4월에 벚꽃 피면... 우리 윤중로도 가고, 교회 가서도 사진 찍자!"

"그러자."


엄마가 연신 고맙다며. 내가 너밖에 없다며 안전벨트 사이로 오른손 꺼내서 나에게 내미셨다. 

난 또 그 손을 붙잡고. 

집에 오는 15분 정도의 시간 동안 이런 순간이 오게 됨을 감사했다. 



엄마집 아파트에 도착을 했는데. 

웬일이니!!

권사님 여섯 분이 집 앞 놀이터에서. 엄마가 타신 택시가 도착하니까 우르르 달려오셨다. 


"권사님... 얼마나 우리가 보고 싶었다고! 어디 좀 보셔~~ 더 이뻐지셨네!!"


엄마가 고맙다며... 

한 분 한 분 이름을 부르며 반갑다고 악수를 하시는데... 

그 순간 다들 울컥.

89세 노인이... 온몸에 감겨있던 콧줄 소변줄 링거줄 정맥줄을 다 빼고 

이렇게 집에 다시 오실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모른다. 


엄마가 탄 휠체어가 집에 들어왔고. 

미리 준비해 둔 병원용 침대에 누운 뒤에, 권사님들이 옆에 쭈욱 서서 엄마를 두고 기도해 주셨다.

목사님께도 영상통화로 전화해서 기도를 받았다. 


"엄마는 참 행복한 사람이야. 권사님들이 이렇게 와 주실걸 어찌 생각했어?"

"그러게 말이야. 참 감사하다."

 

권사님들은 엄마를 어제 본 사람인냥. 

2년 동안 있었던 교회 일들과 살아온 얘기를 동시다발적으로 엄마에게 털어놓으셨다. 

내가 교회 일들을 매일 같이 보고했기 때문에, 

엄마도 알아들으셨는지 고개를 끄덕이셨다. 


"잘됐어요. 내가 병원에서도 늘 기도할게요."


엄마가 병원치료사들을 매일 전도한다는 얘기를 해드렸더니, 

본인들은 한 명을 전도하기도 힘들어서 쩔쩔매는데, 아픈 환자가 매일 복음을 전한다는 말에 놀래셨다. 

그리고 역시 우리 권사님은 대단하다고 엄마를 추켜세워주시니  

엄마는 앞니가 다 빠지셨지만 활짝 웃으셨다.

으하하하하. 모두가 한바탕 크게 웃었다. 

그래. 이게 바로 사람 사는 맛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요양병원에서 엄마가 저녁식사를 하셔야 하기 때문에... 병원으로 빨리 되돌아가야만 하는데...

그러다 권사님 중 한 분이 

작년에 엄마를 위해 물김치를 한가득 담아주셨던 구역장님의 남편이 

직장암 판정을 받아 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엄마는 나에게 눈짓하셨다. 

위로의 봉투를 전해주라고.... 그게 사랑이라고. 


"아이고. 누가 누굴 걱정해!! 여기에 엄마보다 더 아픈 사람이 있어? 

알았어요. 엄마가 시키니까 하는데... 엄마는 제발 일어날 생각만 하셔!"


다시 콜택시를 불렀고, 퇴근시간이 가깝다 보니 30분 정도 집에서 대기하다가 

콜택시를 타고 엄마는 요양병원으로 다시 입소하셨다. 




"구역장님~ 작지만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엄마가 주셨어요"

"오메... 마침 토란국을 끓였는데 엄마 드실 수 있재? 가져다 드려. 어제 오셨다는데 찾아가 보지도 못하고 내가 더 미안하구먼, 집에 김치 있어?!"


금요일 저녁예배를 가기 전. 

엄마의 말씀대로 구역장님 댁을 찾아가 봉투만 전하려고 왔는데... 

오히려 반찬을 한가득 얻게 되었다. 

마침 엄마가 총각김치를 드시고 싶다 하셔서 칼로 다져서 가져다 드리고 있었는데...

어떻게 구역장님이 그걸 아셨을까?

역시. 기도하는 사람들의 텔레파시는 기적에 가깝다. 


교회를 가는데, 차 안에서 김치냄새가 진동을 했다.

그 젖국냄새를 맡으며... 

이 상황이 뭘까?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이번 "엄마의 외출 이벤트"를 통해 

사람은 사랑을 받고 나눌 때,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 같다.

2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교회에서 엄마가 잊어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엄마를 잠깐이라도 보기 위해 권사님들이 우르르 달려와서 환영해 주시고.

엄마는 교회의 아픈 환자를 위해 신경을 쓰고

거기에 보답해서 그 분은 엄마를 위해서 음식을 만들어주시고...


아...사랑이다.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사랑....


이래서 성경에도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 하나 보다. (뜬금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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