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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Jun 01. 2023

엄마가 누워 계신 병실을 2년만에 처음 봤습니다^^

엄마가 요양 병원에 입원하신 지 28개월!!

코로나 방역 때문에 엄마의 병실이 어떻게 생긴지도 모른 채 살았지만

드디어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엄마! 나왔어!"

"왔어. 딸~"

"병실이 넓네? 통풍도 잘되고. 침대도 너비가 넓어서 좋다~"

"좋아. 다 새 거라서 괜찮아."


이제는 내가 면회가능 시간에만 맞춰 오면. 매일 볼 수도 있게 됐다.


"너가 없었으면, 난 어땠을까? 너가 최고야."


엄마는 와줘서 고맙다며, 딸과 뽀뽀 한 번 하자고 하셨다. 

마스크를 벗고 쪽~ ! 히히히히.


어젯밤. 급하게 여사님에게 전화가 왔다. 

내가 가져다준 국물김치과 설렁탕. 방아잎으로 만든 부침개를 드셨는데 

갑자기 기름기 가득한 음식을 드시는 바람에 배탈이 나셨다는 거다. 

엄마가 괴로워하시는 신음소리가 전화 너머로 들리는데... 또다시 앞이 막막했다. 

다행히 당직의사가 소화제를 주사로 맞게 처방해서, 밤 11시 즈음이나 주무셨다고 했다.

휴... 


날 보자마자 엄마는 언제 아팠냐는 듯이 활짝 웃어 주셨다.  


"이젠 너의 시간을 가져! 엄마 때문에 아무 데도 못 가고, 아무것도 못하는 거 알아." 

"바빠지면 엄마 보러도 못 와. 집에 모시지도 못하고!"

"병원이 더 편해. 내 걱정 마. 너 하고 싶은 거 해."

 

속마음은 빨리 집에 오길 원하시지만, 

그러면 딸인 내가 

삶의 많은 걸 포기해야 한다는 걸 잘 아시기 때문에... 원하지도 않는 말을 하셨다.


그러나 

그게 현실이다. 

2년을 넘게 엄마를 살리고자 노력했지만

이제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여기서 더 나빠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것을....


"엄마, 나 다시 일 시작했어."


엄마는 응원한다며, 기도한다며,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오른손으로... 내 손을 꽉 잡아주셨다.

기도하면서, 지혜 달라고 하나님께 도움을 구하라며 말씀하시는데, 

엄마에게 미안해서 눈물이 날 뻔... 

엄마 역시, 지금의 현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계신 것 같았다. 아~ (한숨)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된 오늘...

2020년 1월 20일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1229일 만에 

일상생활에서의 방역 규제가 모두 해제된 오늘...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씁쓸한 면도 있고

감사한 것도 있고

이런저런 다방면으로 얻은 교훈들이 많다. 


안 겪었으면 좋았겠지만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직접 보면서

부모님과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한마디로 철이 들었다고 할 수 있다. 


하루를 살더라도 헛된 시간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

좋은 말. 좋은 생각만 하고 

하루를 기쁨으로, 

언제나 나보다 남을 높게 여기며 감사하는 삶을 살기로. 

그게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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