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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Mar 29. 2023

이제 엄마와 마주보며 대면면회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날이 오다니!!

드디어 요양병원에서도 대면면회를 허용한다. 

병원 입구에서 유리창 너머로 마이크를 통해 얘기했던 때는 지나가고...

엄마가 입원한 병원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방역복을 입으세요. 대면면회 신청하셨죠?"


늘 똑같이 체온을 재고, 방문록을 적고 있는데. 

병원입구에서 행정을 도와주시는 목사님(청년인 줄 알았는데 특수목회를 준비하는 나사렛교단의 목사님이었다)이 흰색 방역복을 건네주었다. 

코로나 초창기에 TV에서 의료진이 입고 있던 그 방역복이었다. 


"진단키드 가져오셨죠? 음성 맞나요?"


병원 앞 약국에서 사서 검사한 진단키트를 보여주니, 고개를 끄덕이곤 엄마가 있는 4층 병동 간호실에 전화를 했다. 딸이 면회를 왔으니 준비하라고... 


"오늘 입은 뒤 버리지 마시고, 잘 보관해 뒀다가 2주 뒤에 다음 면회 때 또 입으세요."


병원비에 방역복 7000원이 추가될 거고, 5월부터는 엄마가 머무는 병실에서 면회할 수 있다고 안내해 줬다. 

손을 소독하고, 방역복을 입고, 병원 엘리베이터를 탔다. 

2년 동안 그렇게 들락거렸던 병원의 엘리베이터를 이제야 타보다니... 기분이 참 묘했다. 



"엄마!"

"딸~"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로비에 계신 엄마가 보였다. 

엄마가 반갑게 이불로 감싸진 오른손을 내밀며, 내 손을 만져보자 하는데, 난 덜컥 안아드렸다. 

장애인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외출 나오셨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주가 지났다. 


"이렇게 생겼구나? 크고 깨끗하네?"

"처음 와보지? 내 숙소도 꽤 커. 가볼래?"


엄마도 신나셨다. 처음으로 병원 안으로 들어온 딸을 보니 좋으셨나 보다. 

집으로 잠깐 다녀가신 뒤로 엄마는 말씀도 너무 잘하시고, 목소리도 좋으시다. 

앞으로 병원이 아닌 집에서 생활하시면, 더 좋아지실 것 같다. 

하지만 면역이 약하기 때문에... 

그날 그 잠깐의 외출로 엉덩이 살갗이 많이 벗겨져버렸으니... 휠체어에 앉아있기도 힘들어하셨다.


그래도 예전엔 빈손으로 엄마를 만났다면

요즘은 엄마가 드시고 싶어 하는 음식들을 해드릴 수 있어 감사하다. 

맵지 않게 된장을 푼 김치찌개와 짜지 않은 백김치가 드시고 싶다 해서.... 

씹지 못하는 엄마를 위해 칼로 쫑쫑 다져서 만들어 드릴 수 있음도 감사하다. 

얼마 전엔 과자가 먹어보고 싶다 해서, 바나나킥을 드셔보는데 성공!! 

입에 넣고 녹일 수 있으니, 바나나킥이 딱이다~


"요즘 당수치도 정상이라서, 과자도 먹을 수 있어서 감사해. 내 딸 덕분이야..."


엄마는 내 손을 잡고, 축복한다고... 늘 기도하니까 거부가 될 것이라고 웃어주시는데 

감동이 찡~~ 왔다. 

절대 울면 안 돼!!!


요즘은 음식을 씹고 싶으시다며 계속 틀니 얘기를 하신다. 

그래서 엄마를 직접 볼 수 있는 오늘... 엄마의 치아상태를 사진으로 찍었다. 

사실 장애인이 갈 수 있는 치과는 많지 않다. 

서울대 장애인치과가 있긴 한데, 너무 멀다. 

그래도 

지금까지 이렇게 좋아지신 것이 기적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쉽게 낙담하진 않는다. 

또 차근차근 준비를 해야지...


코로나로 닫혔던 요양병원의 문!!

이제 열린 것만으로도 오늘은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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