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습관 만들기

day-12 어버이날은 무뎌지지 않게

by 나무늘보

어른이 되며 무뎌지는 날들이 몇 있다.

더는 기대되지도 설레지도 않는 날. 이를테면 어린이날이라던지, 크리스마스라던지.

그건 내가 어른이 됐다는 뜻이니까 그렇다 치고.

근데 어버이날도 무뎌졌다는 게 문제다.

오히려 초등학생 때는 학교에서 시켜서라도 고사리 손으로 카네이션을 만들고 정성껏 편지도 썼었다.

기뻐하실 부모님 생각에 적은 용돈으로 선물도 사고 말이다.

그런데 점점 커 갈수록 생각도 커지고 돈도 버는데, 어버이날을 챙기는 건 어릴 때 만도 못해졌다.

정성껏 선물을 고르는 건 제쳐두고 용돈이 최고인 것 마냥 건네고, 때로는 일한단 핑계로 전화로 때우고 다음에 찾아가기도 한다.

스스로도 느끼지만 정말 애교도 없고 정 없는 딸이다. 딸이라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애교와 이쁜 짓은 하지 못한다.

어쩌다 이리 됐을까. 나중에 분명 후회할걸 알면서도. 지금 처해진 현실을 살아내기도 벅차 점차 소홀해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내가 부모가 되지 않는 이상, 알지 못한다고 했다. 내가 부모가 되어야 비로소 어떤 마음이었는지를 느끼게 된단 뜻이리라.


엄마가 가끔 무뚝뚝한 날 보며 하는 말이 있다.

나중에 꼭 너 같은 딸 낳아봐야 얼마나 힘든지 알지



왜 꼭 나중에 나 같은 딸을 낳아봐야 알까. 지금 알 수는 없을까. 지금이라도 알아서 겪어보기 전에 힘듦을 알아줄 수는 없었을까.

엄마는 무슨 죄로 낳고 나서야 힘듦을 알게 됐을까.

언제나 늘 같은자리에 있었기에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안일함 때문이었을까.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 밤이다.

평소엔 생각조차도 못했던 것들을 반성문 같은 이 글을 쓰다 보니 느껴지는 부모의 마음이었다.

내일은 꼭 감사함을 전해야지.

평소에도 못하는 것들을 날이라도 빌려하라고 만들어 놓은 날이니. 어버이날을 핑계 삼아해 보기로 한다.




#어버이날#카네이션#은혜#부모의 마음

#어버이 은혜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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