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습관 만들기

day-15 식집사가 되는 길

by 나무늘보

최근 TV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등에서 보여지며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새로운 집사가 있다. 반려동물이 아닌 반려식물을 키우는 집사라고 해서 붙여진 식집사.

어쩌다 보니 나도 식집사가 되었다. 스승의 날을 맞아 교회 어린이에게 받은 선물이었다. 이제까지 무언가를 가르쳐 본 적도 없고, 가르쳐 줄 능력치도 되지 않지만, 어쩌다 보니 교회학교 선생님이 되어 있었다. 그러고는 어쩌다 식집사가 된 것이다.

딱히 뭔가를 가르쳐주진 않은 것 같은데, 선생님은 선생님이었나 보다. 고사리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며 뿌듯한 마음으로 화분을 건네는 그 마음이 이뻤다.

고마워하며 받아오긴 했지만, 이제 나에게 새로운 미션이 생겼다.

이 아이를 '죽이지 않고 오래오래 살리는 것'.

선인장도 제대로 못 키워서 시들어 죽게 했던 게 난데.. 순간 선인장의 끔찍한 마지막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선물을 건넨 아이의 마음이 이뻐 이번 만큼은 선물받은 식물을 잘 키우고 싶었다.


'이 아인 결코 쉽게 보내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보니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어디서 많이 본 조형 식물인데, 이름은 모르겠는 식물.

짚 같은 걸로 모형을 만들어 놓은 식물.

찾아보니 토피어리라는 원예 조형물이었다.

토피어리
자연 그대로의 식물을 여러 가지 동물 모양으로 다듬어서 보기 좋게 만든 식물 장식품
출처 naver 지식백과

이제 이름도 알고, 어떻게 관리하는지도 알아보았다. 방법은 알게 됐으니 잘 기르기만 하면 된다.


그렇지만 그게 젤 어려운 것이다.

집안에선 햇빛을 쐴 수 없으니 바깥공기 마시라고 창틀에 곱게 놓아두었다.

식집사가 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잘하고 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저 지나친 관심이 독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다만 나의 정성을 알아서 쉽게 죽지만 않길.


세상엔 티는 안 나지만 꾸준한 정성과 애정을 쏟아 이루어지는 것들이 있다. 아이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 될 수 있고, 반려견 키우는 것, 혹은 방을 청소하거나 정원 가꾸기 등이 있다.

당장엔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간 나의 정성이 먹히고 있구나를 알게 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식집사의 길. 어렵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매일 창가로 가서 창틀에서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는 그 순간부터가 시작이리라.




#식물#토피어리#식집사#이제부터#살아만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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