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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습관 만들기

day-25 운동하는 할머니

by 나무늘보

동네 상가에 있는 헬스장, 아니 스포츠센터에 나간 지 며칠 째 되었다. 자의적으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계획을 세우는 것도, 그 계획을 지키는 것도 잘 못하는 내겐 강제성이 어느 정도 동반 되어야 하나보다.

운동과 다이어트를 위해 이제 막 목적이 생긴 나는, 집으로 들어온 이상 운동하러 나가지는 않는다는 걸 잘 알았기에 강제성을 동원하기로 했다.

집 앞에 큰 오래된 상가가 있는데, 그 상가 안에 스포츠센터가 있다. 여러 헬스기구를 비치해둔 곳인데. 주변의 헬스장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다.

인터넷으로 우선 검색해서 찾아간 곳이었는데, 공간은 협소하지만 헬스 기구들로 빽빽하게 차 있었고, 가격도 다른 헬스장보다 훨씬 저렴했다.

무엇보다도 집 앞에 있다는 점이 젤 마음에 들었다.

센터를 검색했어도 방문하기까지 며칠이 걸렸다.

겨우겨우, 나란 의지의 멱살을 붙들고 센터로 들어갔다. 들어가서 센터장님께 문의를 하려고 걸어가면서 뇌가 약간 정지하는 느낌이 들었다.

순간 잘못 찾아온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사진으로 여차저차 알아보긴 했지만 생각보다 시설이 낙후되었고, 어르신들의 성지 같은 느낌이었다.

상가에 있는 오래된 센터다 보니 주 고객층은 나이 드신 아주머니, 할머님, 할아버지 들이셨다.

젊은 사람들이 한 명도 안 보이는 게 놀랐고, 반대로 그분들은 젊은 나를 보고선 동물의 원숭이 마냥 신기해하는 눈빛을 받았다.

순간, 어떡하지 고민도 되었다가 금세 생각을 되돌렸다. 어차피 다른 헬스장을 가도 혼자 돈 아깝지 않게 운동을 열심히 하리란 보장도 없고, 무엇보다 돈 아깝지 않게 규칙적으로 다닐 자신이 있을까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 내 운동만 하고 가는 건데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계약을 했고, 다행히도 생각보다 잘 다니고 있다.

퇴근하고 너무 피곤해 집으로 바로 갈까 싶다가도 집 가는 길에 보이는 센터 간판에 양심이 찔려, 오늘은 잠깐만 하고 가자라며 나를 달래서 들어가는 게 며칠이 되었다.

가서 하는 운동이라고는 러닝머신 좀 타다가 하체 근력기구를 조금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게 고작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안 했던 나이기에 그것도 운동이랍시고 그나마 하려고 하고 있다.

거기서 운동하면서 가장 신기했던 점은 어르신들의 운동량이었다. 보고 있으면 정말 열심히 하고 있으신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어떤 이유로 시작을 했든 운동의 필요성을 심각하게 깨달아 실천해 나가고 있는 듯했다.

저 나이에 저렇게 운동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얼마나 습관처럼 했으면 저렇게 자연스럽게 하고 있으실까 생각했다.

그러면서 나도 나이가 들어서도 저렇게 운동하고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고 아프면 아플수록 더 하기 힘든 게 운동이니까. 운동하나로 노년의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건 전혀 과장된 말이 아닌 듯했다.

저 나이에도 아파서 요양병원에 치료받고, 누워있으면서 기력이 더 쇠해지는 분들이 있는 반면, 저 나이에도 저렇게 땀 흘리며 운동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의 의지를 조절하기란 나조차도 힘들지만, 환경을 조절하는 건 가능하기에. 퇴근길에 잠깐 들르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부터. 시작이었다.

조금이지만, 잠깐이지만 나도 저 나이가 되어도 운동하는 할머니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


#스포츠센터#운동#건강#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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