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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습관 만들기

day-30

by 나무늘보

띵동, 문자가 왔다.

부고장이라고 적힌 문자의 서두엔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의 성함이 적혀있었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던 찰나 글의 마지막의 끝맺음에 자녀라고 적혀있던 사람이 나와 친한 동생의 이름이었다.

순간 머리가 띵하며 정지된 느낌이 들었다.

몇 달 전 축복 속에 결혼까지 마친 동생의 부친의 부고소식. 탄식이 절로 나왔다.

퇴근 후 옷을 갈아입고 부랴부랴 가서 조의를 표하고 돌아오는 길.

그 길이 참 그렇게 헛헛할 수밖에 없었다.

여러 생각들이 뇌리에 스쳐지나갔다. 고인을 잘 알지 못하지만, 남겨진 유가족인 동생에 마음이 쓰였고, 인생이 참 허무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곤 옆에 있는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꼈다.

살아있을 때 잘해야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누구의 부고 소식을 접하는 게 많아지지만, 가면 갈수록 더 깊이 와닿는 것만 같다. 아마도 나이가 들면 들수록, 나와는 더 상관이 많고 오래 보았던 사람의 부고일 가능성이 많아서 이기 때문일지도.

그러면서 이제는 더 이상 이렇게 갑작스럽고, 놀랍고 슬픈 소식이 가까운 사람에게 일어나지 않길.

동생이 너무 오랫동안 슬퍼하지는 않길.

그렇게 기도해 본다.

너무나도 원하고 바라지만, 사실은 사람의 힘으로는 그 어떠한 것도 막을 수 없음을, 죽음 앞에 결국은 무력한 인간이란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는 밤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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