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실감한다는 말을 하곤 한다. 나의 인생의 과정은 연속적이기도 하고 직접 겪는 것이기에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 테면, 나의 나이라던가, 직장에서의 나의 연차라던가, 나와 알고 지내던 사람과의 햇수라던가.
별생각 없이 그저 지나갈 뿐이었던 세월을 돌이켜 곱씹어 봐야지만 벌써 내가 이렇게 되었구나를 느끼곤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인생의 과정엔 내가 함께하지 않았기에 항상 시간이 지난 후에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곤 그 과정에 빠져 있다 마주한 나는 그제야 세월을 실감하기도 한다.
엊그제 결혼한 것 같던, 이제는 연락이 뜸해진 아는 사람이 벌써 애기 엄마가 되어 있다던가, 남의 집 애기가 벌써 저렇게 말도 하고 걸어 다녔던가, 후배의 나이가 벌써 그렇게 되었나, 등 비로소 깨닫는 것들이 있다.
내가 나이가 먹어가는 만큼, 세월을 겪는 만큼, 나보다 어린 사람의 세월도 흘러가게 마련인데. 새삼 놀라울 때가 있다.
그렇지만 다른 방법으로 또 새롭게 세월을 실감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영원히 그 자리에서 그 모습으로 있을 것 같던 어른들의 모습이었다.
유난히도 굽어 보이는 엄마의 어깨라던가, 안부차 전화한 친척 어르신의 힘없고 아파 보이는 목소리 라든가. 정정하던 외할머니의 쇠약해진 모습이라던가. 이러한 것들은 마주하게 되면 새삼 서글퍼지는 것들이다.
나는 그대로 인 것만 같은데, 나는 아직도 나 인 것 같은데, 어른들은 그게 아닌 것만 같아서.
내가 세월을 겪은 햇수가 때론 무색해지기도 하고, 징그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럼에도 이 세월의 흐름에서 혼자 빠져있진 않다. 내가 나이 먹는 만큼 어린아이들도 자라게 되어있고, 나이 드신 어른들도 노쇠해질 수도 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세월에 놀라거나 탓하기보단, 잠깐이라도 현시점으로 눈을 돌리는 것. 내가 이만큼 왔구나.
한숨 고르고, 다시 세월에 합류할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것.
#세월#가기만 하는 것#나이테#쌓아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