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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습관 만들기

day-38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by 나무늘보
홀연히

뜻하지 아니하게 갑자기.

홀연히 떠나고 싶다고 느끼는 때가 있다. 더 이상 처해진 문제에 직면하고 싶지 않을 때면, 말 그대로 홀연히 어디론가 긴 여행을 하고 싶어지는 순간.

코로나도 더 이상 발목을 잡지 않는 요즘, 더 이상 막는 건 없다고 느껴지는 요즘.

몇 달, 아니 한 달 만이라도 나를 아무도 모르는 외국에 가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 진다.

오래전 이전 직장을 그만두고 동기들과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계획형 2명의 친구들과 무계획형인 인간 하나. 친구들을 따라다니는 기간 동안 정말 볼 수 있는 유명한 관광지란 관광지는 다 보고, 맛집이란 맛집은 다 경험했었지 싶다. 지나서 보면 예쁜 사진도 젤 많았던 건 그 기간이었다.

그러나 자유로운 무계획형 인간에겐 그 계획들이 '여행'이라기보다 행해야 하는 '일정'같은 것들이었다. 버겁기도 했었는지 많이 피곤해하기도 했었던 것 같다.

퇴직한 나는 시간 적 여유가 됐었기에 홀로 일주일간 더 머물렀었다.

그런데 나에게는 그 일주일의 기간 동안의 여행이 생각해 보면 가장 '그림'처럼 남아있는 여행이었다.

관광지도, 맛집도 그저 내가 원하는지 아닌지의 여부에 따라 정해졌었다.

무엇보다도 자유로운 시간들이 너무 좋았다. 그저 책 한 권을 들고 공원에서 이방인이지만, 이방인이 아닌 것처럼 햇살을 만끽하며 책을 읽고, 급하지 않게 산책로를 거닐고, 시장에서 이방인이 아닌 것처럼 아이쇼핑을 하며 문화를 느끼고.

이랬던 여행이 나에게 있어 진정한 여행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스트레스와 압박감에 노출되다 보면, 그렇게 다시 그 속으로. 그 그림 속으로 들어가고 싶단 생각을 많이 하곤 한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또 많이 다르기에 그 그림이 같을 거라고는 확신할 수는 없다. 지금 현재 이곳에서도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곳에서도 행복감을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설렘과 행복을 가진 여행과 회피와 도망의 여행은 결이 다를 테니까.

그래도 또 언젠가 그런 날이 오겠지.

라며 언젠가 마주할 여행을 준비해보려 한다.


#여행#그림 같은#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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