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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로예 Aug 12. 2021

어린이도, 어른도 아닌 '청소년'이기에

연극 '지수가 누구야' X '신의 보물' 리뷰

청소년극, 누가 더 잘해? 청소년과 어른 청소년의 대격돌



연극 [지수가 누구야] X [신의 보물]은 청소년극을 전문으로 하는 성인 배우들 그리고 실제 청소년 학생 배우들이 함께했다. 성인 배우들과 청소년 배우들은 "청소년극, 누가 더 잘해?!"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각자의 극에서 서로 다른 질문을 던지곤 했다. 4명의 성인 배우들은 먼저 60분간 [지수가 누구야]를 선보였고, 그 다음으로 청소년 배우 4명이 45분간 [신의 보물]을 연기했다.  


얘가 걔야, 아니 걔가 얘라고! 얘가 걔라고?!


"(극중 대사)분명 지수는 그런 아이예요. 제가 봤거든요!" '지수'라는 친구가 있다. 지수는 그런 아이라고 하지만, 그런 아이가 아닐 수도 있다. 지수를 바라보는 여러 시선으로 지수가 만들어진다. 사람들은 자기가 아는 지수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그럴수록 진짜 지수가 누군지 혼란스럽다. 그러다 진짜 지수가 나타난다. 도대체 지수는 어떤 아이일까?

지수가 학교에 안 나오자 올해 초임 교사이자 감성 충만한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을 나무란다. 교과서를 건네면서 시험 범위를 알려주고 오라는 선생님, 아이들은 반강제적인 이 심부름 때문에 지수가 일하는 곳으로 향한다. 아이들은 지수를 기다리면서 지수에 관해 이야기한다. 소문인지 거짓인지 진실인지 상상인지 모르지만, 지수의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한다.

-연극 [지수가 누구야] 시놉시스


연극 [지수가 누구야]는 '지수'라는 아이를 정의하기 위해 혼란스러워하는 친구들의 대화로 시작된다. "걔가 얘야." "아니, 얘가 걔야." "걔가 얘라고?" "아니, 얘가 걔라니까!" 대화를 나누는 4명의 친구들은 도대체 '얘'는 누구이며, "걔'는 누구인지 이름을 들어 말하지 않는다. 다만 퍼즐을 맞추듯 특정 한 사람의 모습을 완성시키기 위해 모두 머리를 싸매며 고군분투할 뿐이다. 마치 지수라는 1000피스 퍼즐이 사방으로 흩어진 느낌이다. 지수에 대한 뜨거운 논쟁을 초기 진압하기 위해 마침내 교통정리를 맡은 친구는 관객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건넨다. "지수는 그런 아이라고 하지만, 그런 아이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선생님의 심부름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학교에 나오지 않는 지수를 찾게 된 4명의 친구들. 지수가 일하는 피자 가게까지 찾아간다. 그 계기로 지수와 함께 일하는 알바생 언니와 지수는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했으며, 왜 학교에 나오지 않게 된 것인지 유추하게 된다. 친구들은 각자 자신이 바라본 지수에 대해 지수는 '이런 사람' 또는 '이랬던 사람'이라고 정의, 또는 추측한다. 그러나 각자가 생각하고 판단한 지수는 계속해서 엇갈린다. 한 명의 진술이 끝나면, 또다른 누군가가 "아니야"를 외치며 자신이 바라본 지수라는 사람에게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이 말하는 지수는 정확히 무어라 정의할 수 없다. 연극 [지수가 누구야]는 끊임없이 지수라는 한 입체적 인간에 대해 유추하고, 추측한다. 다만 이는 '객관적' 시각이 아닌 각자의 '주관적' 시각에서 전개된다. 그러나 그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지수는 결코 평탄하지 않은 인생을 사는 친구다. 그녀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모은 돈을 가족에게 뺏기며 학교도 가지 않고 생존을 위해 알바를 하는데, 설상가상으로 임신중절 수술까지 한 몸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사실일 수도 거짓일 수도 또는 상상일 수 있다. 친구들이 이야기의 나래를 펼치는 동안 지수는 '이런 사람'이 되었다가도 '저런 사람'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모호한, 불완전한, 다면적인 '사람' 


연극을 보는 내내, 과연 [지수가 누구야]라는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보았다. 그러던 중 이상하게도 지수라는 한 인간의 '모호한', '불완전한', '다면적인' 모습들이 친숙하게 느껴졌다.


지수와 같은 나이대였던 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려보면 친구들과 선생님이 아는 필자라는 사람은 그 자체로 전부가 아니었다. 친구들이 보기에 필자는 공부를 언제나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겠지만, 실제로 열심히 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냥' 한 것일 수 있다. 선생님이 보기에 필자는 굉장히 차분한 사람이겠지만, 차분함과는 먼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런 척' 한 것일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에게 보이는 모습과 보이지 않는 모습이 공존한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그 불일치성이 더욱더 극에 달한다는 점에서 '지수'라는 인물은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본질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했다. 결국 어느 하나의 면으로 정의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매력이자, 본질이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삶에 대한 의미가 다 달라지는 걸까?


"(극중 대사) 언제부터 삶에 대한 의미가 다 달라지는 걸까?" 꿈에서 나의 마지막 순간을 봐버렸다면?! 평범한 가족과 사랑하는 여자 친구와 함께 건강한 신체로 아무 문제 없이 살아온 19살 태훈이 일상이 꼬이기 시작한다. 일상의 균형을 되찾으려는 태훈이는 '살아지는 삶'이 아닌 '살아가는 삶'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어느 날부터 태훈이는 꿈에서 미래를 본다. 도대체 왜 이런 꿈을 꾸는 걸까? 그러던 중 태훈이는 10대한테서만 나타난다는 '푸르티도더 증후군'에 걸렸단 사실을 알게 된다. 도대체 이 증후군은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연극 [신의 보물] 시놉시스


보통의 고등학생과 다름없이 태훈이는 그럭저럭 잘 살아가는 일상을 살다, 어느날부터 자신이 꿈에서 죽게 되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게 된다. 완벽한 악몽의 리플레이다. 태훈이는 10대한테서만 나타나는, 그것도 전세계에서 100명만 경험한다는 '푸르티도더 증후군'에 걸린 것이다. 태훈이는 꿈에서 본 장면이 그대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후, 현실을 바꾸기 위해 안간 힘을 쓰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날 태훈이는 자신과 같이 '푸르티도더 증후군'을 경험한 친구와 만나게 되고, 그 친구의 경험담을 통해 증후군을 극복할 방법을 모색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온갖 에너지를 써서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다 잠드는 것이다.  



극중에서는 비단 청소년뿐만이 아니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질문을 하나 던지곤 했다. "언제부터 삶에 대한 의미가 다 달라지는 걸까?" [신의 보물]에서는 청소년이 스스로의 삶 속에서 '존재 목적'을 발견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함께 답을 찾아나가며 성장통을 이겨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연극 [신의 보물]을 보면서 17살때 매우 즐겨보았던 드라마 <또 오해영>이 떠올랐다. 이 드라마에서도 극중 남자 주인공 '박도경'이 꿈을 통해 자신이 곧 죽는다는 미래를 알게 되고, 그 길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고군분투했기 때문이다. 그 둘의 또다른 공통점이 있다. 그들이 '죽음'이라는 운명을 알게된 후 삶의 의미를 재조명하게 됐다는 것이다.  


연극이 끝나고 내가 생각하는 삶의 의미란 무엇일지 일상내내 은은하게 생각에 잠겼다. '나는 과연 무엇을 이루기 위해 이 지구라는 땅에 온 것일까.' 그러던 중 조던 피터슨의 명언을 발견하고 가슴 깊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그는 "삶의 고통을 정당화하도록 심오한 의미를 지닌 무언가에 깊이 연결된 삶을 살아야 한다"며, "그리스도에게 닥쳐온 수준의 고난을 기꺼이 감내하게 해줄 만큼의 깊이를 지닌 유일한 것은 우주적인 서사에 완전히 잠기는 것"이라 말했다. 즉 여기서 알 수 있는 삶의 의미는 각자가 지닌 '서사'이다. 이는 우주적인 서사에 잠기는 동시에 스스로만의 스토리를 끊임없이 빚어나가는 것이다.  


[신의 보물]에서 보여준 태훈의 서사는 '살아지는 삶'에서 '살아가는 삶'으로의 변화과정을 그린다. 이는 그의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마침내 자신만의 서사를 주체적으로 만들어나가는 데서 시작했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서경원 총괄 연출에 따르면, "청소년극에서 놓쳐서는 안 될 '무언가'를 찾는 것으로부터 출발했다."고 밝혔다. 아마 이 '무언가'란 바로 '존재의 목적과 의미'가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확신해본다.     


https://www.art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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