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성심당을 위한 당일치기 빵 투어

70년째 계속되는 성심당의 시간

by 윤혜정

연말, 대전에 다녀왔다.
오로지 '성심당'이 목적이었다.
가족들은 보통 대전에 들른 김에 빵을 사 오거나 할 텐데 오로지 빵 때문에 대전을 다녀온 나를 특이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빵순이인 것을.
성심당의 새로운 빵들이 나를 부르는 것을.

출처 : 세계일보

2시간여 달린 끝에 도착한 대전.
예전엔 대전에 간 김에 대전 역사 내 성심당에서 빵을 사 오는 정도였지만 본점과 인근 여러 지점을 순차 웨이팅해서 소위 빵털이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본점이 있는 대전 은행동에 도착하니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성심당의 지점들과 연관 레스토랑 등이 가득했다. 성심당 본점, 신점 정도로 나뉘는 것이 아닌, 성심당 타운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그도 그럴 것이 성심당은 1956년 오픈한 이후로 무려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전의 명물이자 지역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대전하면 성심당, 성심당 하면 대전'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브랜드의 정체성 자체가 도시의 상징의 되었다.

초창기 성심당 (출처 : 성심당 )

1956년, 대전 대흥동 성당에서 구호물자로 받은 밀가루 2 포대를 창업자 임길순 사장에게 내주었는데 그는 그 밀가루로 천막 찐빵 장사를 시작했다. 성심당의 시작이었다.
초기 창업주인 임길순 사장이 가톨릭 신자인 이유도 있는데 성심당의 한자에 (聖心堂) 즉, '성스러운 마음의 집'이라는 뜻이 담긴 것은 이 때문인 듯하다.
작은 노포였던 빵집이 점차 규모가 커지고 프랜차이즈 사업 실패, 화재 등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시민들과 지자체의 성원으로 사업을 유지하게 됐고 이후로는 '성심당은 대전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원칙을 고수 중이다. ( 이 때문에 앞으로도 서울 진출에 대한 일말의 기대는 접기로 했다)

성심당의 '딸기시루' (출처 : 세계일보)

또한 명란 바게트, 토요빵 등 이색 메뉴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꾸준히 성공 가도에 오르게 됐는데 요 몇 년은 시즌마다 바뀌는 시루 케이크 시리즈의 인기로 언제 가도 웨이팅 행렬이 지속 중이다. (차를 가져가지 않을 경우 폭이 넓은 캐리어가 필수다 )

모처럼 갔으니 양손 두둑이 빵을 쓸어 담기로 한 나와 지인은 본점, 케익 부띠끄, 샌드위치 정거장, 대전 역사점을 순차적으로 돌며 신제품인 말차 튀소를 비롯해 고구마 튀소, 반미 샌드위치, 종류별 고로케, 생귤롤 등을 쓸어 담았다. 다음에 또 언제 올지 모르므로.

웨이팅을 했던 모든 손님들도 너도 나도 묵직하게 딸기 시루와 종류별 빵들을 담는다. 빵 트레이가 비워질 때쯤이면 직원분이 빵이 가득 담긴 새 트레이를 가져와 빵을 신속하게 채워주신다. 투명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제조실에서는 통실한 튀소 반죽들이 줄줄이 튀김기 속으로 퐁당 몸을 던지고 있다. 손님도 많지만 많은 직원분들이 쉴 새 없이 빵을 만든다. (만들자마자 빠른 속도로 소진되지만 남은 빵들은 그날 바로 기부한다고 한다 )
다 사고 나니 양손에 아령 3kg씩을 든 것 같았다. 매우 뿌듯했다. 하지만 이내 이걸 들고 다니며 서울까지 오면 팔이 뻐근해진다. 빵을 사고 팔 근력운동도 열심히 한 셈이다.

이제 갓 만든 빵의 맛을 안 볼 수가 없다.

바로 맛본 '말차튀소'는 말차 가루의 농도가 꽤 있는 편으로 쌉싸름한 말차크림이 팥소의 단맛을 중화시켜 주며 밸런스를 맞춰준다. 크림이 풍성한데도 느끼함이 없을 수 있다니 오리지널보다 훨씬 훌륭한 동생이다.
서울로 올라와 빵들을 냉동시킨 후 며칠 동안 조금씩 음미했는데 재료는 풍성하게, 당도는 은은하게 조절된 빵들은 해동시켜 먹어도 꿀맛이다. 들어찬 든든한 속재료 들 덕분에 빵 하나를 먹어도 마음이 든든해진다.

단순히 지역 빵집을 넘어 빵의 기부 등을 통한 지역 유대, 확장보다 내실을 추구하는 신념, 빵에 대한 깊은 철학과 진심으로 대전의 문화가 된 성심당.
문화 브랜딩의 바이블이 된 성심당의 역사가 앞으로도 오래오래 지속되기를. 앞으로도 다양한 빵으로 여러 세대를 거쳐 진한 여운을 전해주기를.


출처 :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