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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크류 Sep 26. 2023

ep11. 직장생활 보고의 모든 것


  회사 생활을 하면서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것이 바로 ‘보고’이다. 보통 보고는 직장에서의 부하 직원이 상사에게 업무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말이나 글로 전달하는 것이다.


  필자는 신입사원 때부터 보고의 중요성을 늘 배워왔다.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혹은 잠깐의 실수로 보고를 하지 않아 큰 화가 되어 돌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여러 상사를 겪어보고 직접 보고를 해보며 느낀 공통점은 듣는 이로 하여금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전달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에서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현재의 업무를 보고하기 위해 정리하다 보면 잘 정리가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당신이 내용을 잘 정리하지 않고 상사에게 보고하다 보면 아래와 같은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그래서 김 대리는 이걸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박 사원, 월요일까지 할 수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만약, 당신이 직장 상사가 되어 아래 보고를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A업체가 당신의 회사에 납품이 지연된 상황이며, 이 납품 지연은 고객사에 제품을 전달하는 것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어떤 보고 내용이 더 효과적으로 전달되는가?



이 사원

“팀장님, 오늘 A 업체에 다녀오니 생산 지연이 되고 있습니다. 김 부장님과 만나서 이야기하니 이번 주 중에는 된다고 합니다. 목요일에 출하가 안되면 전화 준다고는 했는데 아마 될 것 같다고 약속하셔서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고객에게 언제까지 제품을 줘야 하는지 잘 몰라서 우선 알겠다고 했습니다.”


최 대리

“팀장님, 오늘 A 업체 김 부장님과 미팅을 진행하였고 지연된 생산 현황에 대해 논의하였습니다. 금요일까지 지연될 경우 발생될 고객의 Complain을 감안하여 목요일 15시까지 생산/출하 가능하도록 협의하였습니다.”


  당신은 위의 두 사람 중 어떤 사람의 내용이 더 파악하기 쉬운가? 굳이 질문을 달리 하자면, 어떤 사람에게 “고생했다.”라고 격려해주고 싶은가?


  이 사원은 구구절절 이야기하긴 했지만, 고객에게 제품을 전달하는 시기를 모르고 있으며 막연하게 기다리면 된다고만 보고하고 있다. 추상적인 정보로 듣는 사람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반면, 최 대리는 어떤 목적으로 A 업체 부장과 미팅을 진행했는지 포함되어 있으며 현재의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협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보고하고 있다. 객관적이고 사실에 근거한 보고이다.


  보고를 함에 있어 장황한 서술과 객관적인 정보가 아닌 주관적인 정보가 혼재되어 핵심 내용을 파악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는 보고를 받는 직장 상사가 아닌 본인의 입장에서만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이다. 듣는 사람이 내용을 잘 알아들을 수 있는 객관적이고 핵심적인 정보만 전달한다면 더 효과적인 보고가 될 것이다. 주관적인 의견은 핵심을 먼저 뱉은 이후에 설명하면 된다. 핵심 정보가 먼저 전달이 잘 되었다면, 주관적인 의견을 듣는 것은 상사의 몫이다.


  필자도 후배로부터 보고를 받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는데, 간혹 본인이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 너무 많은 후배들이 있다. 이런 상황에 비유를 들자면 나는 축구 경기의 손흥민 선수 활약상이 궁금해서 물었는데, 손흥민 선수는 물론 벤치에 앉아 있던 후보 선수까지 거론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격이다. 그런 후배들에게 이 이야기를 꼭 전해주고 싶다. 내가 지금 궁금한 것은 손흥민 선수의 활약상이라는 것을!



  우리나라 제조업 기반의 회사들은 기술 발전에 따른 연구개발과 더불어, 제품을 제 때 생산해 내야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따라서 제품의 불량 이슈가 생기면 메일을 끊임없이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 회사마다 업무 방식은 다르지만, 우리 회사는 대체로 메일이나 메신저로 빠르게 소통하는 회사이다. 그렇기 때문에 텍스트로 메일을 작성하고 의견을 전달하는 것은 나에게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면 매일 메일과 메신저로 공유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슈에 대한 분석, 그리고 개선과제 등 내가 할 일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했다가 정리된 메일을 보내려면 오늘 당장 메일을 공유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업무에 대한 중간 과정을 메일로 공유했다. 그리고 전달하는 메일은 글, 차트, 사진까지 깔끔하게 정리하기 위해 노력했다. 정리되지 않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자칫 주변 동료들에게 혼선을 줄 수 있고, 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중대한 하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우선 메일을 보내기 전, 당신이 염두해야 할 사실이 있다. 이미 정해진 포맷에 데이터만 바꾸어 발신하는 단순 업무는 당신의 역량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무런 포맷이 없이 당신이 처음부터 끝까지 작성할 수 있는 능력을 꾸준히 길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전체적인 논리를 짜 놓고, 외부의 자료나 차트를 첨부하여 보내는 것은 괜찮다. 그것은 메일 한 통 안에 당신의 색깔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이 메일을 보고, 사람들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면 어쩌지?"


  당신의 색깔, 즉 당신의 생각 또는 의견을 넣게 되면 위처럼 한 가지 고민에 빠질지도 모른다. 이런 고민 때문에 업무를 함에 있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않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하더라도 모두의 생각은 다르다는 사실을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위에서 말한 의견이나 생각은 ‘카멜레온’과 같다. 카멜레온이 주변 색과 비슷하게 본인의 체색을 변화하는 것처럼, 나도 이 업무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과 생각에 대해서 그대로 표현해주면 된다. 그것이 옳은 방향이면 바람직할 것이고, 그리고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면 더욱 좋다. 혹시나 나의 생각과 의견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면 이를 복기하여 더 좋은 업무 역량으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 그러니 부디 시도하고 경험하며 느껴 보길 바란다.


  또한, 이런 업무 습관은 당신이 중간보고에 최적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에서의 중간보고는 나와 내 상사의 눈높이를 끊임없이 맞추어 가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상사 입장에서도 중요한 보고가 있다. 실무자인 김 사원이 업무를 가장 잘 알고 있으니 김 사원에게 보고 자료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고 해보자. 김 사원의 상사인 박 부장은 일주일의 시간을 주었고, 그 둘은 상무님 자리에 도착하여 자료를 열었다. 그 전까지는 중간 보고가 없었던 상황이다.


“김 사원, 고생 많았어요. 자료는 잘 준비된 거죠?”


“네! 말씀하신 대로 전기차에 대해 준비 잘 해왔습니다!”


  박 부장은 자신 있게 상무님께 설명을 시작했다. 그런데 김 사원이 가져온 자료는 뭔가 이상하다. 박 부장은 분명 ‘우리나라 전기자동차와 발전 방안’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는데, 김 사원은 ‘전기차 배터리 업체 현황’에 대한 자료를 가져왔던 것이다. 제대로 된 중간 보고가 없었기에 일어난 그야말로 ‘대참사’ 다.


  이런 상황이 당신에게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앞서 말한 업무의 중간 공유나 보고 과정이 생략된다면 말이다. 따라서 중간에 업무의 진행 상황이나 당신의 의견, 그리고 생각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업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생각은 가급적 전달력 좋은 글과 데이터로 받는 이에게 전달되면 좋겠다. 그렇다면 보는 사람도 당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자연스레 알 수 있고, 당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이 길러질 것이라 확신한다.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당신의 업무 스킬을 향상할 수 있는 기회다. 이것이 중간 보고가 당신의 상사에게도, 또한 당신에게도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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