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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크류 Sep 26. 2023

ep09.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기

  얼마 전, 친한 동생 K군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고민이 있다고 했다. 그는 자동차 업계의 한 대기업(A기업)에 재직 중이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이직을 고려하고 있었다. 그가 합격한 회사는 두 군데였다. 자동차 배터리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B 기업과 반도체 업계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내로라하는 C 기업이다. 새로 이직을 고려하는 B, C 기업은 모두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이었고, 어딜 가든 훌륭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K군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고, 두 가지 길에 대해 끊임없이 저울질했다.


  먼저, 배터리 기업 B는 K군의 경력을 인정해 주면서도 현재 직장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있다. 따라서 출/퇴근에 대한 변수가 없었다. 결혼도 하고 아이가 있는 K군에게 적합한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B기업의 합격 직무 특성상 해외 출장이 잦을 것이라 예상이 되었고, 이것은 그에게 새로운 변수였다. 어학실력이 뛰어난 K군에게는 어쩌면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일 수 있겠다.


  반면, 반도체 기업 C는 K군이 자신의 경력을 포기하고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려고 한다. 애초에 자동차 업계에서 연관이 없다고 생각이 들었던 반도체 업계였기에 신입으로 입사지원서를 제출한 것이다. 그리고 자택에서는 다소 먼 거리의 출/퇴근 거리를 감안해야 했다. 또한, 어쩌면 그가 교대 근무를 해야 할 수도 있다는 고민을 해야 했다. 24시간 가동하는 반도체 장비를 유지 보수하는 엔지니어 직무로 지원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반도체 업황이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사실, 그가 이렇게까지 고민을 하고 신중하게 결정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대학교 입학 당시 선박공학으로 전공을 선택한 뒤, 졸업 당시 학과 수석으로 졸업한 K 군이었다. 자연스레 그는 대한민국의 3대 조선사 중 한 군데에 입사했다. 하지만 조선업계의 업황이 급격히 나빠졌고 결국 그는 자동차 업계인 A기업으로 이직했다. 이직의 기쁨도 잠시, A기업도 사모펀드로 주인이 바뀌면서 회사의 경영이 상당히 불안정해졌다는 것이다. A기업은 K군의 능력에 비해서 처우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다시 한번 도전을 결심했다. 나는 그에게 어떤 조언을 하기에도 부담스러웠다. 그에게는 자신의 인생이 걸린 선택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에게 어떤 조언을 해야 할까? 한 기업을 선택하도록 돕는 조언보다도 그의 앞길에 후회가 놓이지 않을 조언을 해주고 싶었다. 그 무렵, 한 가지 추억이 떠올랐다.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할머니와 종종 버스를 타고 외출을 했었다. 함께 시장을 간다든지, 혹은 가까운 친척네 집에 가곤 했다. 버스정류장에는 전광판도 없던 그 당시에는 버스가 올 때까지 신호등 너머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저 멀리서 버스가 다가오면 주섬주섬 버스 탈 채비를 했다. 그런데, 우리가 타야 할 버스가 아닐 때는 짜증이 앞섰다. 그럴 때 우리가 탑승하려는 123번 버스가 길 건너 반대 방향으로 운행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할머니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길 건너 정류장에 지금 123번 버스 지나가지? 이제 우리 버스도 곧 올 거야"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찰떡같이 믿었다. 이제 곧 올 거라고 믿으면서 기다렸다. 그러면 정말 거짓말처럼 2~3분이 지나면 우리가 타야 할 버스가 정류장에 들어오곤 했다. 아마도 할머니께서는 나에게 선의의 거짓말을 하셨던 것 같다. 기다리기 지루해하는 손주를 위해서. 돌이켜보면 이는 버스를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을 초기화하는 신기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할머니의 선의의 거짓말 덕분에 나는 '긍정적 재초점'을 배웠다. 그 마법 같은 한마디로 인해 지루하게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아닌, 이제 곧 다가올 버스를 기다리는 설레는 시간이 되었다. '긍정적 재초점'이란 현재의 힘든 시간들 대신에 긍정적인 사건으로 초점을 바꿔보는 것이다. 버스가 언제 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버스가 곧 올 거라는 생각으로 바뀐 것처럼.


  할머니와의 추억을 되돌아보니 K군에게 할 말이 생긴 것 같다. B, C 기업 중 한 군데를 포기한다는 지금의 초점을 이렇게 바꾸어 보자. A기업보다 처우가 좋으면서 업황이 기대되는 B 기업 혹은 C 기업으로 가는 설렘으로 말이다. 그럼 그는 후회보다는 본인의 선택을 확신하며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본인에게 일어나는 일에 대해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고 행동한다면 당신의 선택에 후회는 없을 것이다.


※ '긍정적 재초점'은 리플러스 연구소 박재연 소장님의 영상에서 인사이트를 얻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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