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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크류 Sep 21. 2023

ep07. 대체될 사람, 대체할 일

결국 대체되지 않을 일을 하는 사람이 롱런한다.

  자동화의 발달로 인해 단순 업무는 로봇으로 점점 대체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례가 식당에서 일하는 서빙 로봇이다. 조리된 음식을 손님에게 가져다주는 일을 하는데, 최근 적지 않은 식당에서 마주할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테이블에는 태블릿 PC도 설치되어 있어 고객들이 직접 주문을 할 수도 있다. 초기 비용은 많이 들지라도 매월 나가는 종업원들의 인건비를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좋은 대안이 되고 있다.


  혹자는 이런 기술이 사람보다 느리고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고 꼬집는다. 그렇다고 기술의 트렌드는 부정하지 말자. 인력거가 마차로 발전하고, 마차는 자동차가 되었다. 한 분야의 기술의 발전은 또 다른 새로운 기술을 불러온다.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렇게 단순 업무를 로봇으로 대체하는 트렌드도 있는 반면, 인간이 어려워하는 일을 해결하기도 한다. '챗GPT' 기술이 해결사로 자주 언급된다.


  여기, 영문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A 씨가 있다고 하자. 과거의 A 씨는 한글로 된 보고서를 먼저 작성하고, 이후 번역사이트에 접속하여 보고서를 영문으로 번역했다. 최근 A 씨는 챗GPT를 알고 나서 업무가 더욱 편리해졌다. 키워드 몇 가지와 함께 보고서를 작성해 달라고 하면 몇 분이 채 되지 않아 영문보고서 한편이 뚝딱 나왔다. 이밖에도 키워드를 주고 아이를 위한 동화를 만든다던지, 감미로운 노래 가사도 즉석에서 만들 수 있겠다. 이처럼 단순한 업무를 넘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복잡한 업무도 훌륭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이 것이 요즘 시대의 AI이다. 단순한 업무를 수행하던 인공지능이 어느새 우리보다 더 양질의 일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직장 안에서는 어떤 일이 나타나고 있을까? 최근 인터넷 은행 '케이뱅크'의 RPA 적용 사례를 들어 소개하려 한다.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는 사람이 컴퓨터로 하는 반복적인 업무를 로봇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동화하는 기술*이다. 사람의 단순 업무를 대신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Tool(S/W)이다. 물론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은 업무 난이도나 담당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평균적인 업무 소요시간으로 고려했을 때 케이뱅크에서는 연 28,000시간을 감축했다고 한다. 한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이 1,915시간**임을 고려할 때 대략 15명의 근로자를 감축한 셈이다. 여기에 케이뱅크의 평균연봉인 7,091만 원(2021년)인 것을 고려하면 10억 정도의 인건비 절감도 이루어 냈다고 볼 수 있다.


* 출처 : ICT시사상식2021 / 네이버 지식백과

** 출처 : 근로자당 연평균 실제 근로시간(OECD) / 통계청 통계서비스정책관, 2021


  물론 업무 효율화로 아낀 시간만큼 임직원들을 내보내지는 않는다. 기존 임직원들의 감축한 28,000시간은 다른 업무에 투입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즉각 10억 원이 감축되는 것은 아니며, 새로운 영역에 이 시간을 투자한다고 생각한다. 투자된 시간은 앞서 언급한 10억 원의 가치보다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해 줄 것이라 확신한다. 기업은 업무에 들어가는 시간을 효율화하고, 개인은 더 나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읽은 당신은 오히려 혼란스러울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직장인이 되어야 하는 거지?' , '결국 회사에서 나가야 하는 건가?'처럼 말이다. 그에 대한 내 대답은 '대체될 수 없는 인력이 되어야 한다.'라는 것이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니 말로 설명되는 단순 업무가 있는 반면, 말로 설명되지 않을뿐더러 내가 아니면 일이 잘 진행되지 않는 업무도 있다. 필자는 당신에게 후자의 분야를 많이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당신이 아니면 안 되는 일 말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A 씨는 본인의 업무를 하나부터 열까지 절차를 만들어 설명할 수 있다. 안타깝지만 A 씨는 앞서 말한 케이뱅크의 사례처럼 자동화로 사라질 업무에 놓인 처지다. 반면, B 씨는 본인의 일을 잘 설명하기 어렵다. 표준 업무절차는 있지만, 그 과정마다 본인의 판단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람의 오감이 들어간 일이 있다. 향기를 맡는 조향사, 혹은 소리를 듣는 피아노 조율사 등이다. 이 외에도 수많은 대체 불가능한 영역들이 있다. 이처럼 사라지지 않는 업무를 하고 있어야, 사라지지 않는 직장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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