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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크류 Sep 19. 2023

ep05.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무작정 하는 걱정은 당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아요.

"OOO님,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신입사원 연수 일정을 아래와 같이 안내드립니다."


  이 짧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기울였던 나의 노력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우리가 보통 회사에 합격하고 처음 듣는 소식일 것이다. 내가 그토록 설레던 회사의 첫걸음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번에 할 이야기는 바로, '신입사원 연수'이다.


  우리 회사는 출근 시 복장에 큰 제약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편안한 슬랙스에 가볍게 라운드 티셔츠나 캐주얼 셔츠를 입고 회사에 간다. 그러던 내가 격식을 갖춘 옷을 입게 되는 시기가 있다. 그것은 바로 회사의 신규 입사자들을 교육하기 위해 연수원으로 갈 때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교육하는 강사는 아니고, 교육을 운영하기 위해 가는 것이지만 아무튼 그렇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우리 회사의 연수원은 전국 각지의 공기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 즉, 도심과는 거리가 있다는 의미이다. 자택에서 통근이 가능한 연수원이라면 다행이지만, 내가 겪은 대다수의 교육 출장은 자택에서 먼 곳으로 가는 편이었다. 자택에서 멀다 보니 출퇴근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에 자연스레 교육을 운영하는 임직원들도 연수원에서 합숙을 하게 된다.


  신입사원 연수는 평소의 '나'라는 사람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 놓이게 된다. 입고 있는 옷도, 잠을 자는 집도, 주변의 사람도 모두 다르다. 교육을 받는 신입사원들은 물론이고, 현업에서 출장을 오며 단기간 교육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그러했다. 모든 것이 낯선 환경이다. 어떻게 보면 모든 사람이 하나의 출발선에 놓인 셈이다. 그것이 필자가 겪었던 대기업 신입사원 연수의 매력인 것 같다. 경험치가 쌓인 개인의 역량을 보는 것이 아닌, 같은 출발선인 상태에서 쌓아 올린 개인의 역량을 보게 될 테니.


  처음 교육운영으로 출장을 갔을 때 약 2주간 신입사원들의 열정에 함께 녹아들었다. 모든 과정이 신입사원들에게도 도전 그 자체였지만, 교육을 운영하며 팀원들을 앞에서는 끌고 뒤에서는 밀어주는 입장인 나로서도 모든 과정이 도전이었다. 내가 담당하는 교육생들의 교육 참여 방향을 잘 이끌어 내야 했고, 동시에 모든 교육생 앞에서 스피커로서 나의 업무 경험을 펼치는 순간도 있었다. 그렇게 업무 출장을 다녀오니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에 자신감이 붙었다. 신입사원 교육 운영을 잘 마무리했다는 성취감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사로잡혔다.


  그러던 내가 그로부터 약 1년 뒤, 같은 과정에 다시 한번 참여하게 되었다. 역할이 조금 바뀌긴 했지만 전체적인 교육 틀이나 교육과정은 같았다. 그렇기에 나는 걱정 없이 잘 해낼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시작도 전에 빗나갔다. 교육과정은 유사했고 합숙을 한다는 환경도 같았다. 다만, 사람은 조금 달랐지만 이는 큰 변수는 아니었다. 나에게 큰 변수는 받아들이는 나의 마음가짐이었다. 나는 지난번 교육과 유사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내가 팀을 잘 리딩 할 수 있을까? 혹은 퍼실리테이팅 할 수 있을까?' , '지난번과 다른 업무 경험을 이야기해보고 싶은데, 발표 준비가 미흡하면 어쩌지?' 등 지난번 처음 겪었던 신입사원 연수 출장과 유사한 걱정이었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티베트 속담)


  그때부터 나는 새로운 환경에 맞서는 상황에서 느끼는 걱정은 없앨 수 있는 존재가 아니란 걸 깨닫게 되었다. 다만 내가 그 걱정의 크기를 기존의 경험을 발판 삼아 잘 컨트롤할 수 있다면 적절한 긴장 속에 더 일을 잘 해낼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일을 그르치게 만드는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걱정의 크기를 잘 컨트롤해 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일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적절한 긴장으로 바꾸어 보는 것이다. 티베트의 속담에서 볼 수 있듯이 걱정은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다. 다만 나의 일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이를 적절히 컨트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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