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4. 시간을 팝니다
직장인의 급여를 다시 해석하기
내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 공정이기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24시간 공장을 가동한다. 즉, 휴일이더라도 일부는 회사를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휴일 근로는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의 100분의 50을 가산한다고 되어있다. 평소 받는 임금의 1.5배를 수령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어떤 이들은 같은 시간을 일하며 수입을 더 챙길 수 있는 휴일 근로를 선호하기도 한다. 혹은 근로자의 선택으로 휴일을 대체하여 평일에 휴가를 사용할 수도 있다. 또한, 어떤 회사들은 명절에 근무한 근로자를 대상으로 명절 수당을 별도로 책정하여 지급하기도 한다.
당신이 평일보다 휴일의 업무 강도가 더 낮은 편이라면 휴일에 근무하는 것을 선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이는 임금을 떠나 휴일에 근무하기를 꺼려하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당신의 급여에 대해 역발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금 계약의 형태는 연봉, 월급, 주급, 일급 등 다양하게 이루어져 있다. 이 임금 계약을 아주 작은 단위로 쪼개다 보면 시급이 나온다. 모든 이들의 급여를 시간당 일하는 금액으로 환산해 보자는 것이다. 물론,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급여를 받는 프리랜서의 경우 이와는 조금 다른 경우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월급여를 받는 노동자를 이야기하고자 하니, 특별한 경우는 제외하도록 하자.
당신이 만약 월급을 받는 노동자이며, 급여를 시급으로 환산했을 때 시급 1만 원을 받는 사람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당신이 휴일에 근무하게 된다면 시간당 1만 5천 원을 받게 된다. 시간당 5천 원이다. 하루 8시간 근로를 한다고 가정하면, 하루에 4만 원이다. 더 받게 된 돈을 말하는 것이 아닌, 당신의 휴일이 가지는 가치 말이다. 당신이 휴일에 보내는 여가시간, 혹은 자녀들과 만드는 추억, 그것도 아니라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을 의미한다. 그 시간들과 추가 근로 수당을 등가 교환하게 된 것이다.
같은 의미로 야간에 근무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야간 근로도 휴일 근로와 마찬가지로 임금의 50%가 가산된다. 이는 감히 당신의 건강과 등가 교환하고 있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만약, 현재 건강에 무리가 없고 야간근무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다면 더 가치가 큰돈을 선택해도 무방할 것이다.
직장인들은 시간을 파는 사람들이다. 내가 회사에 근로하면서 최소 하루 8시간은 근무해야 하며, 그 시간당 금액이 정해져 있다. 상사가 나에게 기대하는 가치는 있겠지만, 회사는 사용자로서 시간당 금액만 낸다. 나의 시간을 회사의 두둑한 현금과 맞교환하는 셈이다. 2023년의 최저임금은 9,620원이라고 하니, 2022년의 9,160원 보다 약 5% 오른 수준이라고 한다. 내가 판매하는 시간의 단가가 오른 셈이다.
물론, 본인의 의지와는 다르게 휴일 근로를 해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다. 하지만 가끔, 회사에서 오직 금전적인 가치만 생각하느라 소중한 다른 것들을 놓치는 사람들이 많다. 당신이 추가로 받는 돈이 어떤 가치와 등가 교환되는지 잘 생각해 보라.
만약, 주말에 가족과의 약속이 없다면, 이번 주에 꼭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다면, 휴일 근로를 택해야 하겠다. 그건 당신과 당신의 상사와의 약속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