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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크류 Sep 27. 2023

ep14. 단벌거지가 생각하는 직장인의 '옷'

선택지는 줄여서 시간 확보하기!

"요즘 '단벌신사'가 어딨냐? '단벌거지'지"


  한 겨울에 패딩 하나로만 버틴다는 나의 말에 친한 회사 형이 말했다. 그는 나에게 돈도 잘 벌면서 패딩은 두세 개로 돌아가며 입으라고 했다. 예전처럼 비싼 옷 한 두 벌로 돌아가며 입는 단벌신사는 요즘 없다고 했다. 그냥 옷을 잘 사지 않는 단벌'거지'라고 했다. 그의 말이 이해가 됐다. 요즘은 옷 몇 벌 사기는 쉬운 시대이니 말이다. 최근 몇 년간 패스트 패션이 대중들에게 스며들어 저렴하지만 양질의 옷이 넘쳐난다. '무신사'는 가장 대표적인 플랫폼이자 브랜드이다. 그곳에서는 무채색 의류들이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들에게 판매된다. 특히, 무신사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임에도, 자사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를 만들어 사업영역과 자사의 브랜드 컬러를 더욱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최근, 20,30대의 무신사 스타일의 옷이 널리 보급되고 유행하는 것을 풍자한 SNL코리아의 방송분도 있었다. 이른바 '무신사 냄새'로 말이다.


하지만, 단벌로 지내며 좋은 점도 많다.

(물론 진짜 옷이 한벌은 아니다 ㅜㅜ)


  첫째, 옷을 고를 시간을 줄여준다. 나는 무언가를 고를 때, 선택지가 많을수록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단품메뉴인 식당을 좋아하고 '김밥헤븐'처럼 너무 많은 메뉴가 있는 식당은 조금 꺼리게 된다. 많은 선택지로 인해 생각하고 고민하기 때문이겠다. 아침 출근길에 옷을 바로 고를 수 있는 것이 나에게는 출근시간을 가장 짧게 단축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둘째, 포멀한 옷들로 나만의 태도(애티튜드)를 나타낼 수 있다. 나는 회사에 갈 때 대부분 깔끔한 옷을 선호한다. 예를 들어, 너무 통이 넓은 청바지를 입지 않는다던지, 가급적 청바지보단 면바지를 선호한다던지. 그리고 커다란 문자나 그림이 있는 옷보다는 단순한 패턴이나 단색의 의류를 선호한다. 아울러, 깔끔한 복장이 상대방에게 나의 업무 역량을 더 어필할 수 있는 감미료가 된다. 의상은 나의 개성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그 사람의 첫 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나는 나의 의상을 통해 톡톡 튀는 개성보다는 깔끔하고 정돈된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은 나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다. 이게 제일 중요하다. 내가 매일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식사를 하는지 크게 관심이 없다. 그저 직장에서 만나는 동료일 뿐이다. 마크 주커버그나 스티브 잡스처럼 같은 색상의 심플한 복장으로 대중들에게 각인된 이들을 보자. 물론 그들이 유명하기 때문에 의상에 더 많은 이목을 끌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들의 동료들은 그가 어떤 옷을 입었는지를 신경쓰기 보다는 그의 업무역량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결국, 몇 개 안 되는 옷으로 지내면 불필요한 의류 소비를 줄일 뿐 아니라 아침 출근길 고민도 확 줄여줄 것이다. 심지어, 이에 대한 실험을 한 브런치 작가 '월리'님의 글이 있다. 100일동안 같은 옷을 입고 출근한 결과, 그의 주변인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는 생각보다 주변을 신경쓰지 않으며, 나 또한 주변이 신경쓸 것이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적은 옷으로 지내며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세탁이다. 그만큼 다른 이들보다 세탁 횟수는 늘어나겠지만 말이다. 오염되지 않고 냄새나지 않는 옷을 입는 것이 동료를 위한 가장 좋은 비즈니스 매너가 될 것이다. 이것이 '단벌거지'인 내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직장인의 '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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