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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범 Jul 20. 2017

살다가 지치면

살다가 지치면

살다가 지치면/조성범

밤새 누렇게 바랜 장미꽃무늬
곧추선 세월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늦은 아침 시간 일백오십 일 메타 상아산에 오른다
단숨에 뛰쳐 오를 것 같은 정상이 쉬 나타나지 않고
두런두런 단풍드는 숲에서 숨을 고르고
손바닥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  소슬바람에
 
아무런 소리도 없고
그림자조차 보이지도 않는 정오같은 일상
찾는 것이 무엇인지 죽어서야 알려나
날마다 날마다 50cc 투명한 소주잔 속으로
얽히고설킨 인연들이 숨어들곤 한다
손바닥이 저려와
 
풀썩 주저앉은 가을 숲에
이름도 모를 온갖 풀들이 햇살과 조잘대고
흘러 흘러 넘치는 가을 풍경은
소래포구를 지나 저 먼 대양으로 길을 떠난다
 
산 정상까지
무엇을 생각하며 올랐는지 모르겠다
짧지도 결코 길지도 않은 한 생
살다가 지치면 술한잔 하기도 하고
힘이 들면 목놓아 울어보기도 하고
그렇게 한 생 한 모퉁이 머물다 가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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