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도
오이도/ 조성범
그곳엘 가야겠다
오늘처럼 하늘이 오지게 푸른 날엔
망망대해 별빛으로 항구를 찾아가는 뱃사람처럼
컨베이어 벨트 목각인형처럼
봄, 여름을 끄떡없이 견디어 내고 난 오늘
아주 멀리서
누군가 슬퍼서 붉게 물들여진다는
놀빛을 오후 다섯 시 사십칠 분까지
뚝방에 앉아 바라보다
돌아가야겠다
놀 꽃비가 떨어지는 그곳
절정을 이룬 단풍 숲 같은 서해 바닷가 오이도엔
손에 닿을 듯이 그리운 모습들이 가득하다
양철통에 둘러앉아 지글거리는 조개구이를 놓고
소주 한잔 나누고
젊었던 청춘만큼 붉은 등대 앞에 포즈를 취하던
아름답고 그리운
가로수 잎 사이로 드문드문 가을이 울컥 찾아오는 날엔
그곳엘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