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성범 Apr 15. 2018

오이도

오이도

오이도/ 조성범



그곳엘 가야겠다

오늘처럼 하늘이 오지게 푸른 날엔


망망대해 별빛으로 항구를 찾아가는 뱃사람처럼

컨베이어 벨트 목각인형처럼

봄, 여름을 끄떡없이 견디어 내고 난 오늘

아주 멀리서

누군가 슬퍼서 붉게 물들여진다는

놀빛을 오후 다섯 시 사십칠 분까지

뚝방에 앉아 바라보다

돌아가야겠다


놀 꽃비가 떨어지는 그곳

절정을 이룬 단풍 숲 같은 서해 바닷가 오이도엔

손에 닿을 듯이 그리운 모습들이 가득하다

양철통에 둘러앉아 지글거리는 조개구이를 놓고

소주 한잔 나누고

젊었던 청춘만큼 붉은 등대 앞에 포즈를 취하던

아름답고 그리운


가로수 잎 사이로 드문드문 가을이 울컥 찾아오는 날엔

그곳엘 가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늙은 남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