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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범 Aug 11. 2024

시향

만항재를 지나며


       

굽이굽이 돌아가는 고갯길은

취한 아낙의 걸음처럼 비틀거렸다    

 

구름은 바위 위에 조용히 눕고

빗방울이 나무 사이로 떨어질 때,

젖은 도로 위에 잿빛 흔적을 남기며 고갯길을 오른다  

  

길가 들꽃들은 조용히 피어났다

돌 사이 작은 섬처럼 흰색과 보라색 점들이

풀숲과 바위틈을 가득 채운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바람의 소리는 거센 떨림 속에

시간을 쪼개며 지나가도

계절의 약속은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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