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

독백

by 조성범

독백/ 조성범


어둠 속을

거친 숨 몰아쉬고 걷고 있다


꽃 지고 난 후

모래 바람 뒹구는 어둠 속

지치고 지친 걸음 걷고 또 걷고

달빛으로 길을 만들고

바람 한 줌으로

하늘과 땅을 이었건만

어둠은 나를 껴안고 놓아주질 않는다


바람에 몸 흔들던

봄의 체취가 유혹할 때

그리움에 지쳐 주저앉고 싶을 때

부옇게 닳아버린 남루한 그림자 뒤로 흩어지는

찔레꽃을 좋아하던 내 이야기

어둠에 묻어두고 걷는다


어둠 깊이 쌓인 땅에서

별빛을 불러 햇살을 그리며

선잠 깨어난 초라한 아침

무덤조차 가지지 못할 기일을 간직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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