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 조성범

by 조성범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 조성범



사는 게 무료한 봄날

기산저수지를 찾아갔다


창가에 놓인 화병 속

꽃 한 송이 바싹 말라 향기를 잃고서

무엇을 기념하고 있는 걸까?

창밖 호수에 잠겨 드는 놀 빛은

어느 이름 모를 숙명의 이별일까?

커피 향 가득한 실내에 샹송 흐르고

들꽃 닮아 청초한 여인 고요하다

어쩌면 여인과

어느 먼 초원에서

붉디붉은 인연이지 않았을까?

빈 커피잔을 앞에 두고

무료한 시선을 건네다

불현듯 문득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이따금 지나는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에

기산리의 밤은 깊어 가고

결국 슬그머니 시선을 거두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선다


또 그렇게 발치에 내려앉는 달빛을 벗 삼아

봄날을 보냈다.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

경기도 양주시 기산저수지 가에 있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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