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오렌지]
한 명의 마스크 멤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은 마스크 멤버들은 얼굴 전체를 가리던 마스크를 찢었다. 모두 품에서 꺼낸 막대기 같은 걸 입에 물었다. 정지를 경고하는 신호등처럼, 수백 개의 눈빛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한 명의 마스크 멤버는 낮은 음성으로 읊조렸다. 마치 가미카제 비행사들에게 마지막 한 잔을 권하던 천황이라도 빙의한 듯.
삶도 죽음도 단 한 번뿐.
단숨에 끝까지 태워라.
마스크 멤버들이 입에 문 것은 익숙한 형태의 금속 막대였다. 누가 봐도 전자담배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들은 입에 문 전자담배의 중앙에 있는 버튼을 눌렀고 온 힘을 모아 숨을 들이키며 빨아들였다. 순식간에 자욱한 오렌지빛 연기가 대량으로 뿜어 나오며 얼굴을 완전히 뒤덮었다. 오렌지빛 연기는 얼굴에서 몸통을 지나 다리와 발로 흐르며 뒤덮고 있었고 사거리 일대는 완전히 연기로 가득 채워졌다. 행인 중 엄마 손을 잡고 있던 한 여자아이가 마스크 멤버 중 한 명을 가리키며 소리 질렀다.
엄마 저것 봐, 저 아저씨 쓰러졌어!
마스크 멤버들이 하나둘 목을 움켜쥐고 눈을 부여잡으며 쓰러지고 있었다. 온몸을 뒤트는 멤버도 있었고 미친 듯이 허공을 향해 자지러지게 웃는 멤버도 있었다. 엉엉 울거나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는 멤버도 있었다. 제자리에서 마구 점프를 하거나 공중에 뭔가를 잡으려는 듯 계속 손을 뻗는 멤버도 있었다. 손을 모으며 기도하거나 텀블링을 하는 멤버도 있었다. 결국엔 모두 다 쓰러졌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 수백 명이 도심 한복판에서 저러고 있으니 하나의 플래시몹 공연 같았다. 오랫동안 연습을 거듭한 퍼포먼스의 결과물 같았다. 등산복 차림에 나이키 운동화를 신은 한 노인이 읊조렸다.
세상에, 마침내 지옥이 도래했군.
멀리서 경찰의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멍하니 바라보거나 사진과 동영상을 찍던 사람들은 다시 가던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차도는 쓰러진 마스크 멤버들로 인해 쉽게 원활해지지 않았다. 경찰차들이 멈추기 전 어떤 트럭은 쓰러진 마스크 멤버를 밟고 지나가려다 제지당했다. 어떤 택시기사는 그냥 밟고 지나갔다. 경찰이 금세 잡았지만, 그 사이 수많은 차들이 밟고 지나갔다. 제지당한 택시기사는 억울하다는 듯 항변했다.
아니 딱 봐도 다 죽었잖아요,
거참 바빠 죽겠는데.
나 굶어 죽으면 경찰 양반이 책임질 거요!
사거리는 핏물이 가득한 타이어 자국과 그 시작점인 마스크 멤버들의 시체들과 그들의 입에 물려 있던 전자담배에서 뿜어져 나온 오렌지빛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무선 마이크를 잡고 있던 한 명의 마스크 멤버는 혼란을 틈타 마스크를 벗고 골목과 골목 사이로 빠져나왔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저장되어 있던 단 하나의 번호를 띠띠띠 눌렀다.
쇼를 마쳤습니다. 배우들은 모두 연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