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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권 Aug 12. 2021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흑인 예수를 배신한 흑인 유다

샤카 킹 감독.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1968년 흑표당 일리노이주 지부장 프레드 햄프턴(다니엘 칼루유야)이 (흑인) 민중의 결집과 해방을 위해 앞에 섰을 때 그의 운명은 이미 정해진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백인 중심 미국이 뇌동하고 있다는 걸 감지한 FBI 국장 애드가 후버(마틴 쉰)는 그를 '블랙 메시아'로 칭하며 제거하기로 한다. 다니엘 칼루유야와 마틴 쉰은 백악관을 다룬 HBO 미드 웨스트윙에서 대통령과 보좌관으로 나온 걸로 기억하는데 시간이 지나 이렇게 대적하는 역할로 나오다니 흥미롭다. 역사적 사실은 엄중하고 비참했지만. FBI 요원 로이 미첼(제시 플레먼스)은 프레드 휘하로 윌리엄 오닐(라테이스 스탠필드)을 위장 잠입시킨다. 로이 입장에서 흑인 해방 운동의 폭력성은  KKK와 다를 게 없었다. 국가를 위협하는 테러리스트와 그 세력을 와해시키는 게 로이의 임무이자 목적이었다. 그는 자신이 실행하는 일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흑인 해방과 국가와 가족을 저울질할 때 프레드의 목숨 값은 우위에 설 수 없었다. 첩자 윌리엄도 마찬가지였다. 프레드와 조직을 없애기 위해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하며 자아분열을 일으키고 있었다. 내가 죽거나 그를 죽이거나, 결국 둘 중 하나였다.


프레드의 연설은 강렬하고 매혹적이었다. 듣다 보면 느리게 걷던 심장이 터질  박동하고 마른 동공에서 뜨거운 눈물이 샘솟았다. 그는 상처 입은 흑인 민중에게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게 하고 희망을 잃지 않고 계몽하기 위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먹이는  힘쓴다. 모든 흑인이 투쟁가로 태어나진 않았겠지만 프레드는 마치 그래 보였다. 시대가 요청했고 그는 한발  멀리 생각하고 움직이며 존재와 변화의 가능성만으로도 백인 기득권의 숨통을 옥죘다. 모두가 혁명가가 되어야 한다고 부르짖었고 혁명가가 죽더라도 혁명은 죽지 않는다며 만인의 심연을 고동치게 했다. 프레드가 감옥에 투옥되는 동안 흑인 커뮤니티는 습격당하고 사상자가 발생하며 건물은 불탄다. 배경에 첩자 윌리엄이 있었다. 윌리엄이 생존을 꾀할수록 그의 동료들은 살해당하고 흑인 커뮤니티는 무너지고 있었다. 프레드가 감옥에 나왔을  왕의 귀환은 없었다. 세력은 회복되었지만 FBI 전술은 교묘해지고 위협 강도는  높아졌다. 윌리엄은 오래 쌓은 신뢰를 기반으로 여전히 프레드 곁에 있을  있었다. 잠든 프레드는 깨지 못했다. 흑인 유다는 끝내 흑인 예수가 살해당하는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역사적 배신자들이 그렇게 많은데 윌리엄은  유다일까.


프레드에게 매료된 이들 중에 시를 쓰는 도미니크 피시백(데보라 존슨) 있었다. 둘은 사랑에 빠지고 프레드투옥되고 풀려나는 동안 도미니크는 만삭이 되어 있었다. 혁명가의 아내, 그리고 임신, 도미니크는 불안했다. 도미니크도 모든 투쟁과 함께했고 뜨거운 혁명가의 피가 흘렀지만 엄마 도미니크에게 프레드의 혁명은 전과는 다른 불안요소였다. 태아는 세상  어떤 혁명보다 위대하고 과감하며 지켜져야 했으므로. 민중을 향한 열망과 태아의 안전  선택해야 했다. 도미니크에겐 선택권이 없었고 프레드는 갈등한다. 자신을 돌보지 않고 나아간다고  일이 아니었다. 혁명이라는  테두리 안에 아이의 안전과 미래도 있었지만 물리적인 충돌 속에서 태아의 존재감은 같이 흔들렸다. 중무장한 백인 세력들이 프레드에게 총을 휘갈길  도미니크는 만삭의 몸으로 프레드의 전신을 감싸며 눈을 뜨지 못하는 그를 보호한다. 프레드를 향한 최후의 총소리가 들렸던 자리에 도미니크와 태아도 있었다. 혁명은 스크린  게임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혁명은 되살아날  없는 죽음이자 영원히 치유되지 않을 상처, 그칠  없는 절규의 연속이었다.


예수를 배신한 제자 유다처럼, 윌리엄은 프레드 제거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유다와 달리 백인 세력에게 보호받았고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오래 살아남았다. 흑인 첩자가  하나는 아니었지만 윌리엄 같은 인물이 있어서 말콤 엑스, 마틴 루터 , 프레드 햄프턴 같은 인물의 생애는 비극적으로 단절될 수밖에 없었다. 세력과 결집은 약해지고 인간다운 대우를 향한 길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었다. 윌리엄도 윌리엄을 협박한 FBI 자신들이 비윤리적이고 비양심적이며 잔혹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각하고 있었다. 그걸 생존과 기득권 유지, 국익이라는 명분으로 포장하려 애썼을 뿐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고요히 나이 드는 삶을 원했을 수도 있다. 마치 어떤 백인들의 삶이 그렇게 보이듯이. 하지만 미국에서 흑인으로 살아야 하는 이상, 그런 미래는 어디에서도 가능할  없었다. 프레드는 배신 당해 죽었고 윌리엄은 오랜  자신이  일을 토로한  자살한다. 프레드와 수많은 동료들의 목숨 값으로 오래 살아남았다. 성경의 유다보다 결단과 실행이 늦은 셈이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다른 윌리엄들이 새로운 흑인 지도자 곁에서 같은 짓을 벌이고 있을 것이다. 그중 일부는 윌리엄과 같은 끝을 맞이하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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