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을 수 없는 여성혐오 개그에 대하여

by 백승권

크리스 락의 여혐이 개그 소재로 위험한 것은 다른 여성 (스탠딩) 코미디언들도 그걸 가져다 자기 비하용 개그 소재로 쓰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분야에 대한 오랜 지식과 전문성은 없지만 수위가 높은 스탠딩 개그엔 자기 비하(혐오)가 쉽게 활용되고 앞서 제시한 남성의 수위보다 높이려는 시도들을 종종 봤다. 물론 균형과 수습을 위해 다른 장치들이 마련되고 하나의 쇼 안에서 (당연히) 같이 보이기도 하나 대부분 찰나적으로 웃고 넘기는 (기억에 남는) 부분들은 그런 이성적이고 이상적인 면이 아닐 테니까. 다양한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더라도 여혐을 통해 누군갈 웃기려는 시도는 위험하고 제재되어야 한다. 크리스 락은 훗날 언제라도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혐 개그를 즉흥적으로 하다가) 공개적으로 뺨 맞은 일을 (웃을 준비가 된 사람들 앞에서) 자기 개그 소재로 오래오래 써먹겠지. 반성과 자조, 변명과 분노, 관대함과 비난을 섞어가며. 윌 스미스는 빠르게 대응했고 논란의 중심축이 되었지만 결국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건 제이다 핀켓 스미스라는 점이 좀 더 부각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