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의 금쪽상담소, 어른이 된 미아들에 대하여

by 백승권

길을 잃고 싶은 사람은 없다. 미아는 공포와 최초로 마주하고 기억은 각인되어 평생을 괴롭힌다. 길을 잃은 순간의 감정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다. 키가 크지 않고 말이 늘지 않으며 눈을 뜨지 못한 채 자기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나는 여기가 어딘지 모르는구나. 나는 어디로 갈지 모르는구나. 나는 나를 모르고 세상도 나를 모르고 아무도 나를 모르는데 나는 세상도 아무도 모른 채 어딘지도 모르는 여기에 멈춰있구나. 아무리 움직여도 아는 것이 보이지 않고 목구멍에서 울음 비슷한 게 솟아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거 같아서 소리 내지도 못한다. 나는 내가 얼마나 작은 지 몰랐는데 길을 잃어본 후에 이토록 넓고 긴 곳에서 홀로 떨어진 후에 절실히 나의 보잘것없는 존재에 대해 자각하게 되었다. 이 상태에 감각과 기억과 이성이 판단력과 지각력과 인지력이 밀봉되어 버린다. 떨리는 눈과 볼과 지친 어깨와 아픈 다리와 어두워지는 하늘과 보이지 않는 길 위에서 아무것도 더 깨닫지 못하고 어떤 것도 더 알아내지 못한 채 포기의 단계에 이른다. 그래. 나는 혼자야. 나는 지금 느끼는 나밖에 없어. 내가 혼자라는 걸 알게 되자 조금 나아졌지만 사실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 처음부터 혼자였고 지금도 혼자이며 앞으로도 혼자일 테니까. 희망을 완전히 버린 후에 익숙한 풍경에 도달한다 해도 길을 잃기 전의 상태와 완전히 다른 정신을 지니게 된다. 길을 잃은 순간에 모든 것을 두고 오게 된다. 눈에 보이는 겉이 전부인 세상 속에서 부대끼며 여러 껍질을 갈아입고 상대가 불편하지 않게 말하는 법을 배우며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걸 당연하다 여기며 꾸역꾸역 살다가, 쓰러진다. 풀썩. 넘어진다. 우당탕. 주저앉는다. 어지러움을 느끼며. 정신없이 여기까지 왔는데. 흔들려 보니 떠오른다. 구토를 할듯한 내장과 눈물이 마르지 않는 얼굴을 감싸고 웃고 웃고 웃고 당신이 불편하지 않게 웃고만 있다가 다시 떠오르게 된다. 조각난 것들이 부유하고 있다. 내가 저기 있었어. 곁에 아무도 없었고. 내 안에 그렇게 깊은 어두움이 있었다는 것을 내 밖이 이토록 어두워질 때까지 전혀 몰랐어. 나는 저기서 도망치려고 괜찮은 척하려고 높아진 척하려고 내가 아는 나와 당신이 아는 내가 완전히 다르게 보이게 하려고 그렇게 멀리 여기까지 왔는데.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길을 잃은 순간부터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고. 걷다가 완전히 탈진한 아이가 쓰러진 꿈속에서 아직도 깨지 못하고 있다고. 아이는 죽었고 넌 죽은 자의 꿈속에서 키가 자란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고. 넌 존재가 없고 실체가 없으며 원본이 없는데 뭔가 자란 척 이룬 척 대단한 척 목적이 있는 척하고 있었다고. 자학은 답이 없지. 외로움은 상품이 되고. 누군가는 위로 같은 걸 하고 우는 자는 다시 울게 된다. 오은영의 금쪽상담소를 보다가 적는다. 등불을 든 사람들의 그림자 속에서 숨죽여 우는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는 이유로 계속 울고 있는 풍경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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