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실시간이면서도 상상에 의존하게 된다. 매일 쏟아지는 사진과 기사들은 참담한 현장을 중계한다. 폭탄과 탱크로 집과 도로, 건물과 도시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대피하고 굶주리고 지원과 종전만을 기다리고 밖에서 싸우는 군인들은 싸우다 죽고 싸우다 죽고 싸우다 죽고 싸우다 죽는다. 직접 참전이 어려움을 밝히는 주변국들의 무기 지원과 언론의 비난 속에서 우크라이나는 열세 속에서 버티고 러시아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 두 개의 국가 이름 뒤에서 이름 없는 자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과 러시아 군인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이 고문과 공포 속에서 끔찍한 학살을 당하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감정을 훼손시키며 재연되었던 장면들을 우크라이나 자국민들은 실제로 겪고 있는 것이다. 전장 상황과 현지 민간인들의 상태를 주시하고 있지만, 알고 있다. 이런 개인적 응시와 우려는 사태의 해결과 종전에 아무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것을. 핵심 결정권자들과 세력들의 의견 대립과 입장이 있고 이 간극이 변하지 않는 이상 희생 또한 멈출 수 없다는 것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과 공포 속에 죽어갈 이들을 떠올린다. 이미 죽고 버려진 자들의 운명을 따라가게 될까 봐 겁에 질려 목놓아 울려해도 입을 틀어막야 하는 상황에 대해 유추해본다. 모든 인류의 운명이 동등할 수는 없겠지만 한 번도 마주하지 않은 권력자들의 결정에 따라 개개인의 삶과 죽음이 오가는 상황을 어디까지 납득할 수 있을까. 이름 없이 소리 없이 죽은 자들을 떠올린다. 전쟁은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더 많은 자들을 죽이고 있다. 그리고 생존자들은 더 오래 고통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