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뚫고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이미지를 뚫고 고통에 신음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이미지를 뚫고 병원 내부를 채운 절망의 깊이가 느껴지는 것. 이미지를 뚫고 (코로나 사망자의) 시체를 태운 연기가 자욱하게 뿜어 나오는 것. 이미지를 뚫고 불타는 건물을 지나는 남성의 심연을 바라보는 것. 이미지를 뚫고 길거리에 널린 시체들의 침묵이 느껴지는 것. 이미지를 뚫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라는 현실이 뛰쳐나오는 것. 글은 어떤 총알도 막지 못하고 어떤 울음도 멈추지 못하고 어떤 피도 닦지 못하고 어떤 탱크도 되돌리지 못하고 어떤 죽음도 되살리지 못하고 이미지를 뚫고 나온 파편들을 응시하며 이곳과 저기의 간격을 가늠하는 것. 죄책감을 표현하는 것. 죄책감이라고 적으며 죄책감을 어쩌지 못하는 것. 끊임없이 무력감을 느끼는 것. 무력감을 느낀다고 적으면서 무력감을 어쩌지 못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