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퀸메이커
여성이 대기업을 지배한다. 여성이 자본주의를 지배한다. 여성이 줄담배를 피운다. 여성이 모든 권력의 꼭대기에 선다. 여성이 폭력으로 하위 계급을 무너뜨린다. 여성이 호탕하게 웃으며 자신의 지위를 흔드는 자들을 비웃는다. 여성이 자신의 중장기전략에 방해가 되는 자를 살인교사한다. 여성이 오랜 우정을 배신한다. 여성이 후계자들을 차별하며 승계 전쟁에 불을 붙인다. 여성이 남성의 목줄을 쥐고 흔든다. 여성이 모든 남성의 조아림 앞에 군림한다. 여성이 상대를 겁박하고 정치적 숨통을 끊으려 잔혹한 결단을 내린다. 여성이 욕망한다. 여성이 상대의 파멸을 노리며 자멸의 길을 택한다. 여성이 공익을 위한 험난한 여정을 마친 후 자기 자신마저 희생시키며 거대한 그림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한다. 여성이 길고 진한 우정을 배신하며 적의 마이크가 되기도 하고 여성이 개인의 서사를 기꺼이 감추고 자식마저 희생시키며 탐욕의 정점에 선다. 여성이 모든 비밀을 쥐고 있고 끝까지 우위를 놓치지 않으며 자신만만하게 상황을 리드하면서도 감정적인 무너짐 없이 견디고 헤쳐 나가 최후의 승리를 완전하고도 완벽하게 거머쥔다. 그러면서도 관용을 베풀고 주변의 모든 핵심인물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자신의 미래와 비전을 한 이상적 인간에게 기꺼이 헌납한다. 모든 플랜을 그리고 그 플랜을 거스르지 않고 뚜벅뚜벅 나아가며 모든 변수에 온몸을 다 바쳐 노련하게 대응한다. 모든 고난 속에서 어떤 포기도 없이 목적을 향한 의지를 잃지 않는다. 퀸메이커는 정치전략가 황도희, 풀뿌리 정치리더 오경숙, 재벌권력 손영심이라는 삼강구도로 뜨겁고 단단하게 스토리를 이어간다. 주변의 강한척하는 남성을 모조리 조연으로 전락시키며 진정한 힘과 상대적 우위 서열을 표출하고 서늘한 적대 속에서도 무언의 연대를 보여준다. 남성들이 상대를 오로지 파괴하려고 눈을 부릅뜨고 하위 계급을 조롱하고 물리적 폭압으로 짓누를 때 여성 캐릭터들은 부드럽고 세심하게 우아하고 치밀하게 상대를 무력화시키고 여성이라는 마지막 연대의식을 유지한다. 진정한 권력은 괴멸과 멸족이 아닌 공감과 포용이라는 점을 가르쳐 준다. 모든 핵심 구성원을 여성으로 이루며 한국정치를 다룬 지금까지의 어떤 픽션보다 새로움과 탁월함, 긍정과 놀라움을 드러낸다. 김희애, 문소리, 김선영, 서이숙은 대안 없는 현재이자 미래다. 우리에겐 더 많은 여성 캐릭터가 그려내는 더 다양한 인간의 이야기가 절실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퀸메이커는 이 바람에 대한 긴 고민으로 이뤄진 전제이며 의심할 여지없는 가능성과 뭉클한 결과다. 진작에 도달해야 했을 당연한 자리다. 운동장의 기울기가 줄어드니 이토록 경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