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메리웨더 제작. 드롭아웃
난 사람들 감정을 무시하는 나쁜 습관이 있어요
전 다른 사람들처럼 감정을 느끼지 못해요
넌 네가 하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 몰라
테라노스 검사를 받았다가 암이 재발한 줄 알았답니다
테라노스가 검사 결과를 부정확하게 알려줬기 때문이었어요
기억이 안 나네요
떠오르지 않습니다
2013년과 2016년 사이
테라노스는 검사 결과 780만 건 이상을
애리조나 환자들에게 보냈다.
허위 암 진단, 허위 유산 징후도 있었다.
드롭아웃(Dropout)은 스탠퍼드대 중퇴자(Dropout) 이야기다. 테라노스 설립자 엘리자베스 홈즈(아만다 사이프리드)는 혈액 한 방울로 수백 가지 병의 진단이 가능하다는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 실험 결과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 거대 자본을 움직이는 거물 투자자와 정치인들이 하나둘 넘어간다. 투자 규모가 점점 커지고 테라노스의 기업 가치는 10조를 돌파한다. 혈액 한 방울로 질병 유무를 진단할 수 있는 키트 개발이라는 혁명적 발상에 시장이 요동치고 있었다. 이건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 동화와도 같아 보였다. 임금님을 그럴듯한 언변으로 설득했지만 아무도 그토록 끝내준다는 의상을 확인하지 못했을 뿐이다.
혈액 테스트는 처음부터 끊임없이 실패하고 있었다. 테라노스 사옥을 넓히고 직원을 늘리고 광고와 홍보를 아무리 해도 실패는 계속되었다. 엘리자베스는 모든 미디어가 주목하는 스타트업 재벌이 되었지만 혈액 진단 키트는 아이디어와 주장만 있을 뿐 실체가 없었다. 투자자 중 성공한 실험 결과를 확인한 사람은 없었다. 초창기부터 실험을 멈추지 않았던 동료들의 의심이 커지고 있었다. 세계 의학계와 스타트업 생태계, 비즈니스 성권력에 대한 오랜 고정관념을 뒤흔들 아이디어가 거대 투자를 받으며 주목을 끌고 있지만 실체가 없었다. 실체가 없다는 진실을 알고 바로잡기를 제안한 동료들은 죽거나 사라졌다. 엘리자베스는 안도했다. 애초 임금님에게 입힐 옷은 없었다고 증언할 사람이 없어졌으니까.
투자자들은 실험 결과가 아닌 두려움과 당혹감의 거대한 실체를 마주하고 있었다. 엘리자베스의 시간 끌기는 시간을 다하고 있었다. 점점 주변 세계 모두가 자각하고 있었다. 마치 집단 최면에서 깨어나는 듯 테라노스의 실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었다. 환호와 스포트라이트는 금세 비난과 총구로 바뀌고 있었다. 비밀 유지 서약서를 이중 삼중으로 써도 소용없었다. 엘리자베스가 공감하지 못하는 인간 중 누군가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내걸고 공공을 위한 고발을 감행하고 있었다. 테라노스의 잘못된 진단 키트로 인한 피해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책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자본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었지만 잔치는 끝나가고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인정하기 힘들었다. 2022년 11월 엘리자베스 홈스는 사기 혐의로 징역 11년 3개월 형을 선고받고 2023년 5월 교도소에 수감된다.
스타트업에 있어 진정성이란 뭘까. 공익을 위한 현재 기술력과 시스템의 개선 호소는 투자자를 현혹하기 위한 얼마나 달콤한 명분일까. 테라노스 대표는 스스로를 어디까지 믿고 있었을까. 테라노스의 거대한 사기극에 얼마나 많은 동조자들이 침묵을 통해 이익을 분배했을까. 아직도 얼마나 많은 테라노스들이 비즈니스 미팅을 하고 제안서를 넘기며 열변을 토하고 비전을 제시하며 투자를 유도하고 있을까. 진정성이 중요할까. 인터뷰와 광고 콘텐츠 영상에서는 그렇다고 말해야 한다. 테라노스 대표의 선택과 추진은 분명 범죄였지만 누군가에겐 그렇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도덕과 윤리에 대한 교훈이 아닌 빠른 성장을 위해 핵심 투자자들을 향한 설득 방식이 굉장한 영감을 줬을 것이다. 저기까지 기업 자산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면 거짓말이 아니라 더한 것도 기꺼이 감행할 것이다. 자본주의는 순수하니까. 수익이 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기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