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 부르지 않겠다
난 왜 이렇게 너를 좋아할까
비 오는 날 부침개를 부쳐줘서만은 아닐 텐데
같이 걸을 때마다 내 손을 놓지 않아서일까
커다란 눈동자와 귀여운 목소리 때문인 걸까
그 눈동자에서 결연한 의지를 보아서일까
나와 지금 행복하다고
나와 당신이 만나 다행이라고
쓰인 듯한, 그 맑고 까만 눈동자라서?
어린아이 혼내는
더 어린아이 같은 말투라서?
세상의 모든 걸 꿰뚫고 있는
지적인 면모의 소유자라서?
누가 왜 어쨌든 TV에서 울면 같이 우는
눈물의 여왕이라서?
허세로 해석될지 모를 모든 진실에
움직이지 않는 증거가 되어줘서?
그런 네가
나와 같이 살아주는 걸
세상이 어떤 언어로 구획하든
사랑이라 부르지 않겠다
행복이라 부르지 않겠다
희망이라 부르지 않겠다
의미가 오염된 단어들로
우리의 일상을 재단하지 않겠다
그건,
올곧이 표현할 수 없는 일
언어가 해줄 수 없는 일
그림과 사진으로 상징하기엔
차마 미덥지 못할 테니
그저 답답한 마음만 호소해본다
경쟁과 질시
동정과 위로의 대상에서
비껴 나있겠다
수치로 대답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금 이 순간
어제와 오늘
완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