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상담을 받고 싶다. 수년 전에도 이런 적 있었다. 그때는 절실했다. 아내에게 말할 만큼. 하지만 결국 가지 않았다. 어떤 말을 하고 싶었다기보다 내가 어디까지 이야기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어디까지 이야기하는 스스로를 자각하고 있을 나를 자각하고 있을 내가 궁금하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또는 해당 분야 전문가에게 상담을 청하고 피드백을 받든 뭐 하든 완전히 해소될 수 없다는 것을 예상했다. 타인이 내 정신을 자유롭게 해 줄 수 있을까. 여유도 타이밍도 어긋나며 당시엔 가지 않았다. 지금은 그때와 다르지만 다시 원하게 된다. 나는 정신과 상담을 통해 어디까지 이야기하고 어디까지 이야기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디까지 타인의 경청을 신뢰하고 어디까지 타인의 경청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여러 가지가 궁금하다. 현재 내 정신 상태에 대한 전문가의 분석이나 평가를 듣고 싶은 걸까. 아마 현재 혼란스러운 심리 상태의 근원을 스스로에게 찾고 싶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잘 들어요. 완전히 당신 탓은 아닙니다. 그건 불가능하니까요.라는 말을 들으며 위안을 얻고 싶어서 인가. 정신과 상담을 받은 적이 없으니 (이렇게 말하는지) 이런 걸 알리가 없다. 받은 적 없어서 받고 싶은 게 아니라 받아야 할 것 같아서 받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만약 상담을 받는다면 시간 내내 진료비에 대한 수지타산을 떠올리고 있지 않을까, 과거와 현재, 내면과 외면의 일을 이야기하며 마침 잊었거나 빼고 이야기하거나 숨기거나 한다면 그걸 토대로 정확하지 않은 분석과 피드백이 이뤄진다면 그걸로 될까. 내가 이 상담에서 너무 많은 것을 원하는 걸까. 과거 환경과 심리 상태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면 나머지 여백은 뭘로 메꿀 수 있을까. 그걸 메꾼 들 말로 하지 못한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날까. 믿을 수 있을까. 그러다 눈물이 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