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크보스키 감독. 월플라워
“부적응자들의 섬에 온 걸 환영해.”
“찰리, 난 네가 이 방의 가장 예쁜 소녀의 입술에 키스하기를 명한다.”
“내 친구 또 건드려봐.
그땐 불구로 만들어줄 테니까.”
“사람은 자기가 생각한 만큼 사랑받기 마련이거든.”
사춘기란 결국,
누군가를 좋아했던 감정 하나만으로
영원히 기억될 수 있는 시기 아닐까
모든 기억의 시작점과 끝점이
그 사이의 점과 점들이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는 것은
온통 처음 겪는 일과 감정으로 영영 각인되기 때문일 테다.
이걸 좋아하는 마음인지조차 정의할 수 없어서
좋아해 라고 조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가까이 있고 싶었고 같이 있고 싶었고 닿고 싶기도 했다.
아무리 봐도 별로인 남자애와 춤을 추고 있을 때도
눈을 뗄 수 조차 없었지만
그게 좋아하는 마음인지
그저 우연의 연속인지
마음이 있는 건데 왜 가만히 있는 건지
가만히 있으면서 어쩌라는 건지
상대는, 모든 시선의 끝에 있던 여자애는
답답하다
“그냥 앉아서 다른 사람 인생에 개입할 순 없는 거야.
넌 그걸 사랑이라 말하겠지만.”
누구나 그러했을 것이다.
어떤 여자애든
또 좋아하는 여자애(엠마 왓슨) 앞에서
진심을 말과 행동으로 표현할 줄 모르는
남자애(로건 레먼)든
남자애는 이 감정이
정말 행동으로 나타냈을 때
상대방에게 해가 가지 않을지 걱정되었다.
마치 과거
자신에게 잘해주던 어느 여자 친척이
사고로 죽게 되었던 것처럼
그게 마치 자신의 탓은 아니었을까
자책했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었으며
그렇게 고립되고 관계를 두려워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보이지 않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마치 어린아이들이 인형에게 인격과 인간의 존재감을 부여하듯
소년은 무형의 친구와 유형의 소녀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했다.
그건 원래 중심을 잡을 수 없는 거였는데도.
그 아이 곁에 있고 싶어서
그 무리에 오래 머물고 싶었고
그래서 내키지 않는 사람과도
마음 없는 키스를 해야 했다.
그 시절의 갈등
불꽃놀이처럼 터지는 배신의 신호,
혼돈의 시작, 주먹 다툼,
갑작스러운 매듭,
진짜 첫 키스.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그 한 사람만큼만 밝아지는 게 아니었다.
그 한 사람 주변의 다른 사람들마저 사랑스럽게 보일 만큼
한 사람의 빛은 크고 영롱하며 따스했다.
그래서 친구(에즈라 밀러)가 생겼고
그들과의 시간이 많아졌으며
이별의 시기가 왔을 때
서운해서 눈물이 날만큼의 우정도 돋아났다.
그렇게 치유되는 과거
그렇게 지워지는 죄책감
단절의 두려움을 넘어설 수 있는 용기
굳이 어른이라는 이름표를 붙이지 않아도
서서히 알게 되는 낯설고 어려운 것들
그렇게 벗어나는 소년기.
괜찮다.
We are infinite.
영원하니까
한 여자아이가
영원히 우울의 늪에 빠질뻔한
한 남자아이를 구원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