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소설

초고를 쓰는 13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았다

by 백승권

나의 첫 소설 '자살을 위하여' 원고를 어제 출판사 두 곳에 보냈다. 한 곳에서 투고가 잘 접수되었다고 답장이 왔고 다른 한 곳에서는 오지 않았다. 수신 확인을 해보니 아직 읽지 않음으로 되어 있다. 2012년 7월 1일에 시작해서 2012년 7월 13일에 초고를 완결했다. 이후 수정이 있었고 수정으 했으며 수정을 계속했다. 만에 하나 출판될 기회를 얻는다면 더 많은 수정이 있을 것이다. 아마 자체적으로 수정을 거듭했다면 아마 적절히 멈출 시기를 놓쳤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세상에 꺼내기도 전에 아이가 괜찮은지 지나치게 살펴보려 했다면 그 아이가 공기 중에 노출될 수 있었을까 라는 조급함에 원고를, 출판 전문가들의 손에 넘겨야 했다.

계획에 소질이 없다. 변수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변수가 계획을 통제하는 광경을 많이 보아 왔다. 첫 소설도 그랬다. 긴 글에 대한 욕망이 늘 있었다. 욕망과 능력이 정비례하지 않음을 자주 한탄했다. 능력이 정비될 때까지 욕망을 통제할 수 없었다. 지금 시점으로부터 겨우 3주 전의 이야기인데도 소설의 동기가 된 특별한 감정의 변화나 외부적 사건을 자세히 설명할 수 없다. 아마 쓰고 싶고, 언젠간 써야 하고, 당장 쓸 수 있는 여건의 교집합이 이뤄진 순간이었을 것이다. 최종으로 보내진 소설은 처음 구상과 제목도 전개도 등장인물도 에피소드도 모두 다르다. 중심 소재도 다르고 결말도 물론 다르다. 계획했다면 달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충동으로 시작한 일, 예상 가능하고 또 그렇게 그어 놓은 가이드 안에서 가둬진 채 매듭을 짓긴 싫었다. 순간에서 오는 에너지를 믿고 싶었다. 글을 밀어내는 힘, 계속 쓰게 하는 동력, 멈추지 않는 이야기에 대한 갈망들, 집중력, 몰입 등의 태도들을 다시 빌려왔다. 초고를 쓰는 13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았다. 쉼이 끼어들어 몰입을 흩트리고 싶지 않았다.

첫 소설 '자살을 위하여'는 수년간 이어온 이야기의 연결점에 놓여 있다. 연재 형식으로 블로그에 기록해 ebook으로 냈던 '어느 카피라이터의 고백','업무부적응자', '유치해' 등을 다시 들춰보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들이 애초 사실과 직접 경험에 기반을 두었다면 '자살을 위하여'는 처음부터 허구를 염두에 두었다는 점이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난 완전한 허구를 창조하는 법을 몰랐다. 현세의 시공을 초월하는 상상력을 글로 옮기는 능력이 부족했다. 다른 세계의 이야기를 가져오기에 공부할 것들이 너무 많았고 그것은 소설을 위하지 않더라도 모든 지적 근간을 이룰만한 작업이기도 했다. 캐릭터의 성격, 직업, 사고방식 등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의 배경과 설정을 대부분 스스로에게서 끄집어내어 각색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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