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쇼크가 필요할 때

by 백승권

걷고 걸었다.

둘의 목소리는 같은 전제와 결론을 갖고 있었다.

오늘에 대한 위기의식. 내일에 대한 불안.

할 수 있는 일로 하고 싶은 일과

되고 싶은 위치에 다다르기엔

현재의 대답은 불가능이었다.

생각보다 현저히 느린 액션의 끝은

슬프고 가난한 노화.

나 어떡해.

같은 나이에 돈 잘 버는 누군가를

같은 결승점을 둔 경쟁과 질시의 대상으로 삼고

자극의 불쏘시개로 쓰는 건

지성인답지 못한 태도인 걸 알지만,

적어도 내가 필요로 하던 걸

누군가 더 일찍 가진 건 맞으니까.

위로보다는 EE일렉트릭 쇼크가 필요할 때다.

철학으로 접근하는 삶은

대부분의 가시적인 문제들을

마음가짐과 추상의 영역으로 이동시켜

안일한 대응을 부르니까,

행복하면 됐지, 하고

현재의 정체를 굉장히

단순 무식할 정도로 압축해 버린다.

번 후에 베풀 것인가

만족하며 지속 가난할 것인가.

결국 초점은 돈이다.

허나 돈이 동력이 아닌 목적이 되는 순간부터,

고민은 미궁에 빠진다.

한 첩 한 첩 현재를 생성한 조건에

돈의 비중이 크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돈으로도

상상할 수도 없는 불행에 갇힐 수 있었다.

현재를 돈과 저울질, 목적화시킬 수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의 지위를 강등시키긴 힘들다.

불구 같은 열정이 해내지 못한 마법을

돈은 종종 효과적으로 부리니까.

처음 이야기로 돌아오면 결국,

좌불안석만으로 기적을 소환할 수는 없다는 점.

굳은살 붙은 주먹으로 고난을 내리꽂을

아름다운 링이 절실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열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