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빼고 모두 떠나니
나만 있고 모두 없으니
나만 남아 혼자 우니까
나만 개바보가 되었어
종종 세상 혼자 사는 것처럼
그렇게 냉정하고 냉철한 척
인간을 불신하고 존재를 혐오하는 척
온갖 헛소리는 다 하고 다녔으면서
깔깔깔깔 크하하핰
푸히히큭 후하하확
이렇게 같이 웃던 사람들
그림자와 함께 사라지면
계란말이를 보는 닭처럼
양념갈비를 보는 돼지처럼
서울우유를 보는 젖소처럼
롯데리아를 보는 새우처럼
지옥으로 자원입대하는
편지를 밤새워 쓰고 있어
앞으로 닥칠 폐허와
홀로 견딜 격랑에 괴로워하며
같이 일했던 너희는
여기 다니는 가장 큰 이유
내가 선택한 일을 긍정하는 동력
세상 가장 푹신한 마음의 의자
어떤 혹한에도 온기를 지켜준
캐시미어 니트였거든
이제 이직을 결심하는 가장
큰 원인이자 동기가 되겠지
어떤 미팅룸에서도
혼자 걷지 못했던 내게
튼튼한 목발이자
재빠른 휠체어였는데
빈 의자를 지날 때마다 나는
빚쟁이처럼 몸이 작아지겠지
그러니 사후세계 가는 거 아니면
나도 어서 데려가 같이 가서
나와 점심 먹어요
커피 마시자 농담하며 웃고
맨날 욕하던 그 인간들 같이 욕하며
잘 가지도 마 그리고
가지 마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