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신

by 백승권

균형을 잡아야 해요

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면

이미 떨어져 기절 상태라면


일어나요. 어서요.


심연의 어둠을 휘저었으니

잠시 밝은 곳으로 옮겨요


우리 거기로 가서

같이 햇볕을 쬐요


해가 안 뜨면

아이폰 불빛이라도 켜서

우리가 어디 있는지

서로를 비추고


양말을 벗고

폭우에 젖은 발을 말려요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고

드라이기를 찾아서 말려줘요.

너무 세면 머리칼이 흩날리고 정신없으니

조금 시간이 걸려도 적당히 약하게


따뜻한 음식을 찾아봅니다


조리가 어려우면

데워먹는 수프라도

폭신한 식빵이라도 있으면

더 좋을 텐데, 그쵸?


따뜻한 물로 먼저 목과 몸을 데워요


담요가 있다면

어깨와 등에 덮으면 좋구요


머문 공간에 빛과 온기가 돌 때까지

잠시 머무르도록 하죠


잠시 잊어요

그게 무엇이든


적막함이 어색하면

좋아하는 음악을 켜요

억지로 강제로 너무 밝거나

냉큼 일어나 춤을 춰야 하는

그런 거 말고


커피는 식상하니

유자차가 있으면 좋을 것 같고


잠시 앉아 벽에 등을 기대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조금 멍하니 숨을 내쉬어 봅시다


손이 따뜻해질 때까지

젖은 몸이 마를 때까지

발이 시리지 않을 때까지


같이 있어요 여기서

혼자 있어도 가만히


잔잔해지면 좋은 기억을 떠올리고

돌아갈 수 없어 아쉽다는 말은 잠시 미루고

혼자 바닥을 딛고 천천히


일어설 수 있을 때까지

아니 뭘 일어서요 그냥 앉아있어요

몇날며칠 더 느리게 좀 지냅시다


졸리면 조금 졸아요

노래는 계속 플레이될 테니까


아델 노래가 듣고 싶네요

Make You Feel My Love (Live at Hotel Cafe)




Claude Monet, On a Cliff at Pourville, 1882, Art Institute of Chicago, Chicago, IL,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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