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리 글 그림. 긴긴밤
희망은 유료
절망을 지불하면
살 수 있어요
신체 일부가 잘리고
친구들이 곁에서 죽고
가족을 모두 잃으면 됩니다
낮이 어디 있나요
슬픔과 고통의 긴긴밤이
끝나지 않아요
정체성의 혼돈과
막중한 책임감과
헌신적인 지인들이 엉켜
생존의 여정을 멈출 수 없고
날벼락같은 총알이
사랑하는 이들을 뚫고 지나가며
대지를 피로 적시고
우리를 우리라 부르며
걷고 걷고 걸으며
먼지와 별빛 가득 수다를 떨어도
누구도 제대로 살아남지 못해요
태어났기 때문에 죽게 되었고
죽을까 봐 사는 내내 공포에 떨고
복수심을 아무리 불태워도
끝내 아무도 해치지 못한 채
긴 피로 끝에 타살당하는 삶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갈 건지
내가 누군지
누가 적인지
중요한가요
어차피 도망만
다니다 끝날 텐데
짐승이든 인간이든
대부분의 삶은 이런 식입니다
누군가 우릴 위해 죽을 수 있고
우리는 그럴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