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

정대건 소설. 급류

by 백승권

사랑이라는 말은

너무 유명해져서

듣는 사람을 자주

자기 검열에 빠지게 만들었어


정확하진 않은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하자

우리가 그 억겁의 개인적

고난을 지나 남은 고난을

같이 겪어내자고 선언하자

이걸 뭐라고 부르든 우리는

우리는 우리는 서로를 버리지 않고

탐닉하는 행위를 몸과 마음의 물결을

사랑이라고 칭하자 서로를

그렇게 이해하자 곁에 두자


물에 젖은 사람들은

사랑에 먼저 젖어서

급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남은 사람들은 학생이 되고

알바가 되고 다시 서로의 몸이 되고

입김이 되었다가 여전히

자기만의 급류와 와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그걸 뭐라 부르든

페이지가 한정된 이야기 속에서

만나고 헤어지고 만나고 헤어지고

시간과 공간이 겹치는 순간은

정말 신기하지 사랑이란 표현이

그렇게 아쉬우면 운명이라 부르자

기적은 좀 그래요 단발성 이벤트 같아서

경품 받고 바로 끝날 거 같아요


너희들은 부모를 죽이지 않았지만

경찰은 묻고 입달린 귀들은 킁킁거렸겠지

너희는 왜 거기 숨어서 죽음을 사주했니

물 속에서 사람은 오래 견디지 못해서

서로를 구원했다 여긴 이들조차

뒤엉킨 채 빠져나오지 못했어

같이 죽어서 행복했을지

같이 빠져서 다행이라고 여겼을지

묻기 늦었고 답도 없다


엉킨 기억으로 남은 삶을 밟으며 지내다

자신을 몇번씩 죽음으로 몰고가다가

사랑을 몇번씩 시도하려다가

다시 만나 합의했지 그냥 우리

앞으로 같이 휩쓸리자고


누가 뭐라든 과거가 무엇이든

우리는 우리가 되자고


가장 어려운 길을 택했어

남은 길이 그거 뿐인 것 같아서


아직은 사랑에 익사하지 않은

남은 사람들이 서로를 끌어안고

남은 사랑을 하기로 한다


깊이 빠져 젖은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온몸과 평생에 걸쳐 실감했으면서


그토록 서로를 휘감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