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싸개

by 백승권

힘들다고 하면 걱정할까 봐 못 쓰겠어요

괜찮은 척하면 진심을 숨겨도 되나 싶고

침묵하려니까 뭐라도 말하고 싶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내게) 너무 유해하고


수소문하지 않아도 각자

자기 자리에서 다들 알아서 힘들어서

슬픔은 나눌수록 증오가 되고

고통은 나눌수록 불치가 되고

분노는 나눌수록 용서가 안되고


요즘은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할 정도로

적당히 아무렇기도 해요

이러다 아무렇지 않게 아무런 행동을

저지를까 봐 분열된 자아에 손싸개를 해주고 있고


펜이 잘 쥐어지지 않고

음식을 집을 수 없고

얼굴도 문지를 수 없고


새로운 숙제를 몇 가지 했어요

단 하루도 제대로 풀지 못하면서

메시지는 느리게 도착하고 있었고

그래도 작은 목소리의 대화는 너무 귀해요


내일을 기대한 적 언제였나요

그때는 모든 순간이 편지였는데

그때 쓴 것들을 여전히 다시 읽고

지금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주워서

겨우 모아서 배게 안에 솜처럼 넣고

웅크리고 잠에 들며 웅얼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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