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고 하면 걱정할까 봐 못 쓰겠어요
괜찮은 척하면 진심을 숨겨도 되나 싶고
침묵하려니까 뭐라도 말하고 싶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내게) 너무 유해하고
수소문하지 않아도 각자
자기 자리에서 다들 알아서 힘들어서
슬픔은 나눌수록 증오가 되고
고통은 나눌수록 불치가 되고
분노는 나눌수록 용서가 안되고
요즘은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할 정도로
적당히 아무렇기도 해요
이러다 아무렇지 않게 아무런 행동을
저지를까 봐 분열된 자아에 손싸개를 해주고 있고
펜이 잘 쥐어지지 않고
음식을 집을 수 없고
얼굴도 문지를 수 없고
새로운 숙제를 몇 가지 했어요
단 하루도 제대로 풀지 못하면서
메시지는 느리게 도착하고 있었고
그래도 작은 목소리의 대화는 너무 귀해요
내일을 기대한 적 언제였나요
그때는 모든 순간이 편지였는데
그때 쓴 것들을 여전히 다시 읽고
지금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주워서
겨우 모아서 배게 안에 솜처럼 넣고
웅크리고 잠에 들며 웅얼거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