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컥 도킹되며 급유가 시작되면
추락하던 꼬랑지와 질끈 감은 눈꺼풀이
들썩들썩 움찔거리며 도리도리
손끝발끝에 힘을 줘요
아직 아냐
아직
아직은 지면에 닿을 정도로
다 내려놓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어떤 새의 무리들은
어둠 속에서도 자기들끼리
길을 잃으며 춤을 추던데
가까이서 보면 겁먹어
울부짖는 건지 모르겠지만
멀리서 가만히 보면 모두 신이 나서
기차놀이를 하듯 하늘의 무늬를
뒤섞으며 난리를 치고 있던데
혼자 나는 동물이 그러고 있으면
날개나 머리를 다쳐서
언제 떨어지나 관심이나 있겠나
바라지도 않았는데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파닥거리게 되는 건
운이 좋아 바람에 띄워져서가 아냐
누군가 멀리서 날아와
부리에 먹이를 끼워주고 가서
그걸 잠시 삼키며 버티게 돼요
떨어지지도 않고
구겨진 날개를 기어이 펼치려고
꺾인 다리를 어떻게든 뻗으려고
아등바등거리는데 그게
혼자 힘이 아니야 혼자 그럴 수 없거든요
누군가 멀리서 날아와서
그걸 가능하게 해 준 거잖아요
요청한다고 오는 게 아니고
우연히 마주친다고 줄 수 있는 게 아닌
저 멀리서 거대한 각오를 하고
먹이를 물고 날아와서
여기서 쓰러지면 안 된다고
그걸 누군가는 내게 해줘요
아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힘 아무 의지조차 남지 않아서
아무 저항 없이 중력의 유혹을 따라
다시 처박히려 할 때
이런 순간들이 떠오를 것입니다
같이 버틴 목숨
혼자 버리지 말라고
내가 반대로 날아가서
내 날개를 잘라 붙여주고
내가 다리와 부리를 팔아
먹이와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이 은혜는 갚아야 한다고
어떨 때는 살아있는 이유가
돌아가고 싶어서 그런 것 같아요
눈앞은 점점 더 흐려지는데
뭐가 그렇게 확신에 찰 수 있겠어요
자기 최면과 세뇌 잠시 내려놓으면
어떤 지점으로 회귀하고 싶은
연약한 그리움 밖에 남아있지 않겠죠
어떤 순간은 잊을 수 없고
그 순간을 다시 느끼려고
나머지 삶을 지불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