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이 아닌 세계에 우린 서 있어
투명한 바닥도 아닌 곳
떠있지도 날고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형태도 물질도 아닌 것들이 흩어져
액체처럼 아니 기체처럼
둘러싸여
인간들끼리는 사랑을 한대
우리는 아닌 것 같아
도망치려고
지도를 그려봤는데
결국 목적지가 우리 곁이었어
어딜 가도 우리에게 돌아온다면
떠나야 하는 건 우리가 아니야
대화를 끝내지 말자
가끔은 눈을 마주하지 않아도 되니
이야기를 계속 나누자
말하고 듣다 보면
결국 알게 돼
우리가 같은 세계에 대해
하나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는 것을
닿지 않고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더라도
둘러싸인 선이 아닌
무너진 벽이라고 여기자
시간을 넘어 이어져
하나의 중력 안에서
삶과 죽음도 없이
느낌과 텍스트만
기억과 플레이만 남더라도
깨지 않는 꿈은 현실이라고 한 적 있어
가둘 수 없는 현실은 환상이라고 하자
환상이 계속되면 그게 현실이지
어둠의 먼지를 쓸어 날리고
빛의 테이블을 펼쳐 여기서 눈을 감자
어디까지 이야기했나요?
직선을 지운 세계에 우린 같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