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점

by 백승권

거울?

세수할 때 보는 거 말고

비뚤어진 정신을 허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다시 끼워 맞추려고


렌즈가 너무 검붉어지는 것을 막으려고

좋아하는 컬러지만 그게 뒤덮이면 너무

걷기가 힘들어서 눈코입에 다 들어가니

장기도 손상되는 것 같아서

그러니까 이렇게 지금 쓰는 것은

응급처치 같은 것. 서툰 비유나 은유 같지만

실제로 그런 효능이 너무 절실하고


쓸데없는 진지함이 얼마나 쓸데없는지

아직 충분히 쓸데없던 적이 없어서

여전히 진지하고


눈앞에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나타났으면 좋겠고

그걸 따라서 저의 얼굴을 다시 그리고 싶고

점점 익숙해져서 저와 제가 좋아하는 것이

점점 같아졌으면 좋겠고

그러다 같아지고 똑같아지고

좋아하는 것들이 2개가 되고


모든 순간을 휴양지처럼 느낄 수 없겠지만

현실과 한계에 뒤엉키는 것도 정도가 있고

제가 너무 어두워지면 주변도 너무 어두워져서

저는 제가 좋아하는 빛을 따라가서

그 빛의 일부와 전부가 되었으면 해서


태양이 되려는 게 아닌

흑점이라도 좋으니 안으로 들어가

뜨거운 하나의 지점이 되려 해요


새로운 과거를 만들고 싶어요

너무 멀리 있지 않아서

언제든 가져다가 쓸 수 있는

유리잔이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녹아야 하고

여름은 끝나도

빛과 열은 여전히 가득할 테니


끝내지 않는 건

끝나지 않을 거라는

귀엽고 가여운 신념을 실행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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