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ver dream high in the qui...

by 백승권

지난겨울은 유독 힘들었어

다른 겨울이 괜찮은 적 없었는데도


여름의 폐부를 통과한다는 느낌을

이토록 강렬하게 실감한 적 있었나


광기의 열기는 새롭지도 않아요

여름이 계절 중 하나라는 걸 신경 쓴 적 없었고

그저 잘못 베어 물은 과일 정도로 여겼었어

입 안에서 별로면 바로 뱉고 싶었던


어떤 여름부터는

많은 컬러 장면들이 아직까지

프린터기에서 출력되고 있고


기억나는 대사보다

다 적어놓지 못한

다 닦아주지 못한 눈물이

지금까지 너무 아쉽고


낮과 밤 구분 없이

이제는 그림자도 없이

생각이 떠나지 않는

호흡을 멈추지 않는 모든 순간


이유를 모르고 지나간 여름과

이유를 앓아서 싫었던 겨울과

악몽과 악행의 봄의 후유증이 여전한데

이번 여름에는 울렁거리는

새로움이 있어


그동안 얼마나 많은 7월을 지나왔는데

어떻게 이토록 낯설고 기구할까

어쩌면 이렇게 다른 리듬으로 휘청거리나

스스로 완전히 다른 인간처럼 여겨질까

껍질을 바꾸며 적응한건지

갉아먹혀 신경이 손상되었는지

외면한 진실과 다시 마주한건지


누가 불어준 거대한 풍선을 잡고

열기구처럼 위태로운 비행을

멈추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바람이 거세져 불이 붙어 추락하면

목숨이 두 개여도 잃어버릴 수 있는데

너무 막대했나 싶기도 하고


한때는 힘든게 내 삶에서

가장 트렌디해서 자주 이야기했는데

스스로에 대한 지겨움 때문에

쓸데없는 한숨은 아끼고 싶고


이번 여름의 무늬를 남기려고

기다리지 않을 편지를 쓰고



*

제목은 테일러 스위프트의

Cruel Summer 가사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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